일간 유대칠 2021 03 09
길 건너에서 그를 보았다. 굳이 길 건너 찾아가 인사하진 않았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시간 나는 그를 본 적이 없었다. 사실 이렇게 보았기에 그를 떠올린 것이다. 그는 나의 기억에선 그저 아주 먼 누군가일 뿐이다. 그는 아주 개성 있는 옷차림으로 다녔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개성 있는 옷차림으로 다닌다 생각하지 못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직장을 몇 달 다니다 갑자기 재수 준비를 했다. 그리고 1년인지 2년인지 지나 4년제 대학에 1학년으로 입학을 했다. 그는 두 개의 학번을 가지고 있었다. 첫 학번에선 나쁜 남자 친구를 만나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두 번째 학번에선 연애 없이 학교를 다닌 모양이었다. 전 남자 친구에 대한 나쁜 기억도 그렇고 제법 무섭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어쩌면 그에게 남자를 멀리 두게 만든 이유였을지 모르겠다. 그냥 나의 추측에 말이다. 나에겐 그저 한 사람이지만 그의 동급생들에겐 4-5살 많은 누나 혹은 언니였을 것이다. 선배들보다 나이가 더 많고 거기에 원래 조금은 조숙해 보였으니 쉽지 않은 동기이고 후배였을지 모른다. 이성으로 그는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제법 연예인 같은 모습이지만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는 많지 않았고, 친구에게 그를 소개했다 욕을 먹을 일이 있었다. 왜 그렇게 그를 싫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친해지면 조금은 과한 강박적 증세는 나와 같이 한 걸음 떨어진 사이는 이길 수 있지만 애인으론 힘든 모양이었다.
아주 우연히 인연이 꼬이고 꼬여 그의 차를 얻어 타고 제법 먼 길을 간 적이 있었다. 무슨 이야기로 시작했는지 나는 나의 지난 이야기를 했고 그 역시 자연스럽게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하나씩 풀었다. 제법 무서운 아버지와 나쁜 남자 친구 그리고 지금은 살아있지 않은 아버지와 많은 돈을 자신과 동생들 속이고 홀로 대부분 물려받은 남동생, 그리고 미국에서 잘 산다는 그 남동생에 대한 아주 조심스러운 언어로 표현하는 섭섭함... 어머니와 다투고 어디로 사라졌는지 사라진 여동생... 언젠가 가족도 모르게 일본에 있다 온 그 여동생... 그리고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 또 다른 여동생... 그리고 어머니 옆에 있어야 한다는 조금 힘겨운 의무감의 자신... 나는 그냥 가만히 있는데 그는 무엇인가 조용히 쉼 없이 이야기하고 나는 그냥 듣고... 그냥 그가 힘들어 보였다. 가장 많은 사랑과 재산을 가져간 남동생... 한 번씩 웃으며 전화한다지만 그냥 남이란 남동생... 전화할 수도 없는 여동생... 성격인 줄 알았는데... 정신 이상이란 여동생... 그리고 자신... 어머니가 불쌍하다는 그의 물에서 자신의 불쌍함이 읽히기도 했다.
10여 년 만에 길 건너에서 본 그도 많이 변해 있었다. 나이는 나만 먹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여전히 독특한 차림이며, 여전히 어두운 얼굴에 어두운 계통 옷차림을 하고 그렇게 있었다. 막상 지날 땐 몰랐는데... 궁금하다. 지금 무얼 하고 어찌 살까...
어떤 연락처도 없어 조금 아쉽다.
알바를 하면서 살다 보면 다양한 인생들을 스친다. 깊이 스친 인연은 많지 않지만 잠시 스친 인연이라도 한 번쯤... 아... 그 사람... 이런 생각을 나게 하는 이가 있다.
자신이 번 돈을 자신도 모르게 애인과 다 써버렸다며 당당하게 자신 앞에서 술주정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원망하던 이의 어머니는 지금도 그렇게 살까...
첩과 살던 아버지의 많은 용돈을 받아 살지만 사실 아버지 몰래 어머니와 살며 어머니가 불쌍하다던 이의 그 어머니는 지금 어떨까...
주머니에 한 푼도 없다며 나에게 새벽에 찾아와 5천 원을 빌려간 친구는... 아직도 세상 욕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해 하루를 마칠까... 그의 돈 많은 형은 아직도 동생에겐 차갑기만 한 것일까...
이 세상엔 참으로 다양한 홀로 있다.
그리고 그 홀로는 '더불어'를 배운 적이 없다.
그런 언어를 배운 적도 없고
그런 몸짓을 배운 적도 없다.
그냥 갑자기 그 모두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싶다.
그냥...
그냥...
유대칠
2021 03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