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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an 16. 2022

미라클 모닝 Miracle Morning

미라클 모닝 Miracle Morning 은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생산적인 시간을 보낸 뒤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활동이다. 새벽 5시라는 것은 상징적인 시간이고 본인이 본래 일어나야 하는 시간에서 한 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서 일과를 시작하는 것으로 미라클 모닝은 충분하다고 미라클 모닝의 저자 할 엘로드는 말한다. 나는 원래 사회 초년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새벽까지 깨어 있는 걸 좋아했고 밤 열한 시에 제일 생산성이 올라가는-여담이지만 블로그 제목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녁형 인간을 넘어선 다른 의미의 새벽형 인간인 올빼미족이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열두 시만 되면 피곤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새벽 두시쯤 잠들던 생활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첫 회사는 업무 양도 많고 그에 비례해서 야근이 일상 생활화라 집에 오면 아주 늦은 밤이었고 씻고 자기 바빠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꼭 그것뿐만 아니더라도 퇴근 후에는 아무리 집에 빨리 오더라도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오는 길에는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이 마구마구 생각나면서 의욕에 넘치더라도 막상 집 안으로 발을 내딛으면 참아왔던 피로가 일순간 나를 덮치는 느낌이었다. 영어 공부처럼 꼭 필요한 것은 짬을 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했지만 그 외 퇴근 후 즐기는 취미 생활이나 자기 계발은 머나먼 얘기 같이 보였다.


그러다가 2019년 여름, 처음 미라클 모닝을 접하게 되었을 때, 처음에는 이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출근하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는 것은 익숙하지만 나를 위해서 원래 기상 시간보다 한 시간이나 일찍 일어나는 것은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하지만 저녁에 파김치가 돼서 돌아오면 아무것도 싫고 자기 계발은커녕 침대와 한 몸이 되고 싶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눈 딱 감고 도전해보기로 했다. 아무런 압박감이나 제재 장치가 없으면 하루도 못 가서 포기할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우선 새벽 기상 모임에 들어갔다. 매일 다섯 시에 일어나 다섯 시 반 안에 특정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모임이었다. 처음에는 다섯 시에 일어나지도 못했다. 간신히 5시 30분 가까운 시간에 눈을 떠서 미션을 수행하고 영어 공부를 했다. 처음 한 달간은 루틴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분명 일찍 일어났는데 허둥지둥하다 보면 어느새 출근할 시간이었고 몸은 피곤하기만 했다.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뀐다더니 피로감만 어깨 위에 곰처럼 쌓일 뿐 아무것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하지만 기상 모임에 속해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소극적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는 나는 이런 사소한 규칙에 예민했고 꼭 지켜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었기 때문이다.


첫 달이 어영부영 지나가고 한 달 단위로 모집하는 그 모임에 또 덜컥 참가 신청을 하고야 말았다. 왜 일까. 그렇게 피곤하고 아무런 성과도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두 번째 달에는 루틴에 스트레칭을 추가했다. 미라클 모닝 원서를 읽으면 MASTER나 SAVERS 같은 아주 유명한 루틴이 나오지만 나는 그런 걸 처음부터 다 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하나씩 추가하고 시도해보면서 나랑 맞는 걸 찾아나갔다. 스트레칭을 한 뒤에는 영어 공부를 하다가 출근했고 명상이나 독서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독서는 주로 출퇴근길에 이미 읽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새벽에도 독서를 해야 할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세 달이 지났다. 신기하게도 피곤한데 왜 이걸 해야 하지 라는 마음이 사라지고 지속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명상의 필요성을 느껴서 명상 섹션도 추가하고 저녁에 하기 귀찮은 일들을 아침에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허둥지둥하다가 몇십 분씩 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였는데 나름대로 루틴이라는 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지 약 4개월 반 만에 변화였다.


나의 원칙은 아주 간단했다.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까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자. 미라클 모닝 초기에 이 모토로 영어 공부를 했다. 해야만 하는 것들 중에 우선순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점점 욕심이 생기더니 마음 챙김까지 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요리조리 시간을 구성해서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꼭 책에 나온 이론이나 방법을 따라 하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각자의 인생이 다른 것처럼 내게 맞는 것도 다를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책 미라클 모닝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 현재는 과거의 선택의 결과이고 미래는 지금, 현재의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에 지금을 어떻게 보내는지 중요하다고. 지금 나의 이 선택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다. 왜냐고 물으면 사실 뚜렷하고 분명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냥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그 확신으로 지금까지 모닝 루틴을 지속하고 있다. 사실 야근이 잦은 직장인에게 미라클 모닝이라는 건 피곤한 일이다. 올해 들어 거의 매일 같이 야근을 하고 있는데 평균 귀가 시간은 밤 열한 시. 씻고 내일을 준비하기만 해도 열두 시가 훌쩍 넘어간다. 평균 기상 시간은 5시 정도, 극악의 수면시간이다. 피곤해서 루틴 할 때 졸 때도 많다. (특히 명상할 때가 아주 복병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피곤함에 절여지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미라클 모닝을 계속하는 걸까?


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꾸준함의 비결이나 원동력은 아마 루틴을 끝낸 뒤의 성취감과 그로 인한 궁극적인 안도감이 아닐까 한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뭔가 하고 있다는 성취감과 그로 인한 안도감. 이걸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사실 안 되는 건 없다- 그런 적당한 압박감, 함께 해주는 기상 버디님들. 이게 모두 루틴을 지속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자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국은 불안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서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모든 것은 막막함과 불안에서 시작되었고 그것을 옅게 만들고자 이리저리 노력하고 있다. 웬만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일이 적다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사람이라면 느끼게 되는 이런 불안의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발판으로 삼으려 노력한다. 후퇴하는 건 쉽지만 단 반 발자국의 진보는 어찌나 어려운지. 매일매일 조금 더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리고 막연한 미래의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나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스스로에게 셀프로 응원과 용기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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