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주악은 찹쌀가루와 밀가루에 막걸리로 되직하게 반죽하여 빚어서 기름에 지져낸 떡으로 주로 개성지방에서 많이 해 먹는다고 하여 개성주악이라 불린다. 개성지방에서는 약과, 모약과, 우메기 등과 함께 귀한 손님이 왔을 때나 폐백, 이바지 음식 등에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 한국의 떡 (2003. 2. 28., 정재홍)
병원 가는 길, 버스에서 내려 병원까지 걸어갈 때 샛길로 빠지면 차와 한국적인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있습니다. 강남 도심에는 어울리지 않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입니다.
우리 회사는 한창 유행하는 간식이나 디저트를 회사에서 복지(?) 차원으로 제공해 줍니다. 예를 들어 런던 베이글이 막 뜨기 시작했을 때 아침에 선착순으로 베이글을 제공해 준다거나, 점심때 올드페리 도넛을 선착순으로 제공해 준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그 일환으로 설 연휴쯤에 개성주악 4개를 아침 시간에 선착순 제공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냉동이서 그런지 조금 차가웠지만, 상온에 잠시간 두었다가 먹으니 쫀득하면서 달달한 것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SNS에 많이 둔한 사람입니다. 유행하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회사에서 준다니까 호기심에 '얼마나 맛있나 한번 먹어나 봐야겠다'하는 생각으로 받아먹었는데, 정말 너무 맛있었습니다. 찐득한 조청과 연한 계피향, 그리고 쫀득한 찹쌀 식감이 한데 어우러져 제 취향을 직격 했습니다.
아무튼, 그때 먹은 개성주악이 한동안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개성주악 파는 곳을 검색하다가, 병원 가는 길에 있는 카페를 들르게 된 것입니다.
리뷰를 찾아보고 온 것도 아니어서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때 맛본 개성주악 정도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었습니다. 그런데 메뉴부터 전통st 디저트로만 가득한 것부터 기대가 샘솟았습니다. 커피가 아니라 차를 팔고 있었고, 디저트도 개성주악, 개성약과, 예쁘게 생긴 떡케이크를 팔고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진짜 맛집이 맞는 게 아닐까 싶어서 기대감이 점점 커지더랍니다.
메뉴판을 보면서 원래 목적이던 개성주악 하나, 개성주악과 마실 차, 그리고 예쁘게 생긴 떡케이크도 하나 시켰습니다. 참으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하고 한가득 주문해 버렸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기다리는데, 와, 직원분께서 가져와주실 때부터 이미 눈이 휘둥그레져버렸습니다. 2단으로 된 함에 차와 디저트가 나오는데, 이미 찻잔과 찻주전자부터 본격적입니다. 심지어 디저트는 아래에 숨겨져 있어서 뚜껑을 열어야 했는데, 뚜껑을 열고 나니 마치 선물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2단으로 나온 차와 디저트. 2층에는 찻잔과 차가 있고, 뚜껑을 열면 1층에 바나나초코설기와 개성주악이 있다
맛 역시도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쫀득한 개성주악, 달달한 떡케이크, 그리고 새콤한 향의 차까지. 정말 말 그대로 도심 속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오후였습니다.
달콤한 오후를 즐기고, 이제 병원으로 다시 출발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달콤함에 미련이 남아 몇 개 더 사서 집으로 가져가봅니다. 분명 다시 오려고 하면 금방 다시 올 수 있는 곳인데도 떠나기 아쉬운 것은 그때 즐긴 여유와 달콤함이 만족스러웠던 탓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