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일기 #4. 베이글
베이글
이스트를 넣은 밀가루반죽을 링 모양으로 만들어 발효시켜 끓는 물에 익힌 후 오븐에 한 번 더 구워낸 빵이다.
| 세계 음식명 백과
얼마 전 런던 베이글이 한창 SNS를 달궜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까지 베이글에 미쳐있는 건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먹어본 베이글은 코스트코에서 파는 베이글뿐이었는데, 몇 시간이고 대기하다가 먹을만한 맛은 아니었거든요.
퍽퍽한 식감에 달지도 짜지도 않은 빵.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데다가 질기기까지 한 빵. 거기다가 무맛인 식빵보다도 비싸기까지 한 빵. 왜 베이글을 좋아하는 것인지 저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보다 더 팔랑귀였던 건지, 런던 베이글 열기가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고 있으니 점점 베이글이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런던 베이글 가게까지 가려니 귀찮더랍니다. 거기다 한창 다이어트 중이어서 베이글을 먹자니 양심에 찔리기도 했습니다.
다이어트는 해야겠고, 베이글도 먹고 싶어서 통밀 베이글을 만들어 먹기로 타협했습니다. 겸사겸사 냉동실에 굴러다니던 블루베리도 넣어서 통밀 블루베리 베이글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으로 만든 것 치고는 동글동글 모양도 귀엽게 잘 만든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통밀 특유의 맛과 블루베리의 달달함이 어우러져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통밀이라 그런지 베이글 특유의 쫀득함이 거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베이글이라기보다는 그냥 통밀빵에 블루베리 향이 들어간 맛이랄까요.
그렇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 베이글을 먹고 난 뒤, 아쉬움은 점점 커졌고 시간이 갈수록 베이글이 먹고 싶어 졌습니다. 그런데 집 근처에 런던 베이글은커녕 그냥 베이글 가게도 없어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나갔습니다. 주말 오전, 약속도 없이 혼자 버스를 타고 나가는 것이 어색하긴 해도 나들이 가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더랍니다.
베이글 가게에 가니 생각보다 종류가 많았습니다. 제가 알던 베이글은 아무 토핑도 없고, 도넛 모양을 했으면서도 달달함이라곤 전혀 없어서 배신감만 들게 하던 밍밍한 빵이었는데 말이죠.
아무튼, 베이글들을 보다 보니 다 너무 맛있어 보여서 결국 세 개나 담아버렸습니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베이글 세 개. 혼자서 여러 종류 베이글을 늘어놓고 있으니 괜스레 든든해지더랍니다. 브런치처럼 콘크림치즈에 베이컨챱이 들어간 베이글, 소금빵처럼 굵은 펄솔트가 올라간 베이글, 그리고 딸기가 올라간 딸기 베이글. 그리고 그냥 베이글만 먹으면 아쉬우니 달달한 블루베리잼과 크림치즈를 추가해 줍니다.
한입 먹어보니, 고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더랍니다. 특히 펄솔트 올라간 소금베이글은 정말 제 취향이었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모금, 베이글 한입 먹다 보니 소금베이글 하나 정도는 금방 사라지더군요. 사실 앉은자리에서 두 개, 세 개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제 몸무게와 건강을 생각하면서 남은 두 개는 한입씩 맛만 보고 집으로 포장해 왔습니다.
고소함에 약간의 달콤함을 가미한 오전을 보내고, 충만한 기분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입이 아릴 정도의 달콤함도 좋지만, 가끔은 심심한 듯한 평범함 속에서 약간의 특별함, 숨어있는 달콤함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 당신의 하루도 베이글처럼 평범한 듯 달콤한 하루가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