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반, 전화가 울렸다. 1인실이 풀려서 예약을 하고 알려 줄 테니 기다리라고 한다. 엄마는 밤새 처치실에 있었고 이름을 부르면 알아듣고 다행히 산소와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했다. 그동안 난 호스피스 병원으로 엄마를 옮길 수 있게 외래 예약을 하고 필요 서류를 뗐다. 점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전화를 했더니 1인실 병동에 코로나 확진자가 있어 폐쇄했었는데 그 병동에 있던 인원 전부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음성이 나오면 바로 옮길 수 있으니 기다리라고 한다. 엄마는 안정이 되어 처치실에서 병실로 옮겨졌고 진정제는 계속 맞고 있다고 했다. 짐을 싸고 코로나 검사를 다시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혈압이 계속 내려가고 있으니 지금 당장 와 보는 게 좋겠다.
처치실에 엄마가 누워있다. 입원 환자의 간단한 의료 처치 행위를 위해 만들어 놓은 공간. 병동마다 있는 간이 응급실과 같은 곳. 보관되어 있는 온갖 약품과 소모품만큼이나 온갖 다양한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하는 곳. 그 분주한 곳에 엄마가 덩그러니 누워있다. 이틀 전 내가 봤던 고통에 몸부림치던 엄마는 없다. 호흡기를 달고 편안하게 자고 있다. 예상했던 위급함도 없다. 엄마는 평생 불면증에 시달렸다. 하루에 2시간 이상 잠을 푹 자 본 적이 없다. 엄마의 뇌는 늘 깨어 있었고 엄마의 평생소원은 잠 한 번 제대로 푹 자 보는 것이었다. 그런 엄마가 새근새근 곤히 자고 있다.
엄마 옆에 앉아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얘기를 했다. “엄마, 나 왔어. 울 엄마 자고 있네. 엄마, 내 목소리 들려? 엄마, 그거 알아? 내가 엄마 잠이라도 들라 싶으면 숨소리도 안 내고 발끝 세워 살금살금 걸어 다닌 거, 엄마가 잠시라도 곯아떨어지면 침대 머리 옆에 가서 쌕쌕거리면서 자는 숨소리 들은 거. 난 그게 그렇게 듣기 좋더라. 엄마, 근데 지금은 눈 좀 떠보지. 나 좀 봐봐. 엄마, 엄마, 엄마….” 쉼 없이 계속 말했다. 별 얘기를 다 했다. 혼자 울다 웃다 했다. 엄마는 듣고 있는지 미동도 없다. 심장 박동 모니터에 위아래로 움직이는 선만이 엄마의 심장이 아직 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었다. 손을 씻으러 들어온 간호조무사가, 약품을 가지러 온 간호사가, 대걸레로 바닥을 훔치던 청소부가, 소모품을 가지러 온 간병인이 흠칫거리며, 힐끗거리며 엄마와 나를 보고 지나갔지만 누가 보든 듣든 아무 상관없었다. 엄마한테만 들리면 됐다. 그 공간엔 엄마와 나뿐이었다.
2시간이 조금 지나고 엄마의 혈압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어제 엄마를 혼자 내버려 두었다는 죄책감이 어이없게도 외면당했다. 이렇게 한고비를 넘기나 보다 하고 지난 며칠 나 대신 엄마를 돌보느라 고생한 간호사들에게 커피를 사서 갖다주고 엄마 옆에 앉았는데 어디선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스테이션 컴퓨터 앞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의사다. 그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마주치자 그가 일어나 엄마에게로 나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자신이 엄마의 예전 주치의였다고 소개하고는 로테이션 근무로 지금은 엄마 담당이 아니지만, 엄마를 기억한다 했다. “참 똑똑한 분이셨어요. 궁금한 게 어찌나 많으신지 질문이 끊이지 않았어요. 늘 활기차고 씩씩하고 의지도 강해서 잘 이겨내실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누워 계시는 모습을 보니 많이 안타까워요.” 그랬다. 엄마는 궁금한 게 참으로 많은 사람이었다. 엄마의 질문은 몰라서 부끄러운 건 없었다. 그게 왜 궁금하냐는 나와 그게 왜 궁금하지 않냐는 엄마는 서로가 서로를 희한하다 하며 자그락거렸다. 주치의는 한참 동안 내가 아는 엄마, 그리고 내가 미처 몰랐던 엄마를 얘기하고 갔다. “엄마, 방금 엄마가 예전에 말했던 그 주치의가 왔다 갔어. 이쪽으로 걸어오는데 한눈에 알아보겠더라. 그때 왜 엄마가 엄마 주치의 키도 크고, 훤칠하게 잘 생겼다고 나한테 말했잖아. 얘기도 잘 들어주고 말 한마디도 예쁘게 한다고.” 언젠가 엄마가 얘기한 적이 있다. 너무 지쳐 우울했던 적이 있는데 그런 엄마를 지나치지 않고 엄마의 마음을 먼저 물어봐 줬다고. 자신의 엄마도 암에 걸렸는데 지금은 잘 지내고 계신다고, 엄마도 꼭 그렇게 되실 거라 얘기해 줬다고. 그날, 주치의 얘기를 하는 엄마에게서 사랑받는 사람의 얼굴을 봤다. ‘엄마, 사랑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먼저 물어본 적은 없었다. “엄마, 왜 오늘 무슨 일 있었어?” 엄마는, 엄마도 관심받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었다. 나는 누구에게나 물었던 괜찮냐는 말 한마디를 먼저 하지 못했던 자식이었다.
엄마의 입에서 뭐가 자꾸 나온다. 신생아가 음식물을 되새김질하는 것처럼. 코와 입을 덮고 있는 투명한 작은 마스크 안에 입에서 올라온 거품 같은 토사물이 묻어 엄마가 숨쉬기가 힘들어 보였다. 나는 마스크를 올렸다 내렸다 계속 닦아냈다. “울 엄마, 먹은 것도 없는데 뭘 이렇게 자꾸 올리시나? 응? 엄마야?” 엄마가 힘들어 보였다. 엄마가, 엄마가 가고 싶은가 보다. 엄마의 이마에 손을 얹고, 엄마의 민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 얼굴에 내 얼굴을 비비며 속삭였다. “엄마야, 엄마 너무 힘들면, 힘들면, 그래서 가고 싶으면… 가도 돼.”
그리고 몇 분 후, 거짓말처럼 엄마의 심장은 멈췄다. 2021년 11월 19일, 밤 11시 5분, 의사는 사망선고를 했고, 드라마에서 봤던 오열은 없었다. 너무 조용했다. 너무 담담했다. 나도, 엄마도.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곡기를 끊겠다 했던 날, 병원에도 오지 못하게 하는 엄마에게 전화를 끊고 톡을 보냈다.
“나, 엄마 혼자 있게 하기 싫은데….”
“엄마만 혼자 있는 게 아니고 여기 모든 사람들이 다 혼자야. 나, 금방 안 죽어. ㅋㅋ. 사랑해. 사무실에서 표시 내지 마. 사람들 불편해. 퇴근할 때 통화해. 어서 일해라. 평심 잃지 말고.”
엄마는 그리고 5일 만에 죽었다. 이게 엄마가 내게 보내는 마지막 톡이 될 줄 엄마는 알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