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어요

by 썸머G

다섯 남매 중에 엄마는 막내였다. 위로 오빠가 셋, 언니가 한 명 있다. 제일 큰 외삼촌이 오래전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막내인 엄마가 다음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의 언니, 오빠, 올케언니, 그들의 자식들이 나서서 상을 치러줬다. 그리고 11년이 흘렀다. 내가 나이를 먹은 만큼 이모, 외삼촌, 외숙모들은 연로해지셨다. 부르지 않아도 한걸음에 달려오실 분들이지만 내 힘으로 치르자 마음먹었다. 옆에 나를 챙길 친구가 있었고, 일을 처리할 상조회사 직원이 있었다. 그 둘이면 충분했다. 최대한 번잡스럽지 않게, 최대한 소란스럽지 않게, 최대한 엄마답게 치르자. 그날 밤, 어른들께 전하지 않았다. 그날 밤, 잠 못 자는 사람은 나 하나면 됐다.


다음 날 아침, 외숙모에게 부고를 전했다. “엄마가 어젯밤 돌아가셨어요. 장례는 회사랑 계약이 되어있는 상조 회사가 있어서,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시고, 오늘 병원 장례식장으로 오시면 돼요.” 네가 혼자 어떻게 하냐는 어른들의 걱정을 무마시켜야 하는 나는 울먹일 겨를이 없다. 우는 그들을 오히려 달랬다. 이모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가 그리 한 번 보러 간다 간다 했는데, 내가 혼자서는 갈 방법이 없어서 외삼촌한테 내 좀 데려다 달라고 했는데, 느그 엄마가 그리 오지 말라고 못 오게 해서, 퇴원하면 그때 보자 해 놓고….” 팔순 이모가 가슴을 치며 운다.


엄마를 묻고 돌아와 엄마 핸드폰을 켰다. 핸드폰이 울린다. 병원에서 만난 분 같다. 화면엔 ‘OOO 췌장’이라고 뜬다.

“여보세요.”

“춘자 씨?” 엄마의 목소리가 아닌 걸 아는 상대편 목소리는 조심스럽다.

“전, 딸인데요.”

“….” 아무 말이 없다.

“엄마는 돌아가셨어요….”

상대편은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연락이 너무 안 돼서… 미안해요.” 더 이상 묻지도 않고 흐느끼는 얼굴도 모르는 이를 붙잡고 나는 어느 누구 앞에서도 소리 내 울지 않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병원에서 침대가 비는 경우는 허다하다. 어제까지 같이 밥을 먹고, 얘기를 하고, 서로의 식사를 챙겼던 이들이 밤새 돌아오지 못하고 먼 길을 떠난다. 그런 날이면 엄마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 “옆 방, 누구네가 어젯밤에 갔어.” 자신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다 했고, 몇 번씩 비워지는 침대를 보면서도,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은 결코 익숙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나 보다.


대학 병원에 필요한 서류가 있어 전화를 했다. 당사자가 아닌 내가 서류를 떼는 이유를 묻는다.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업무에 지쳐 짜증이 나 있던 목소리 톤이 달라진다. 사망 신고를 하러 간 구청에서도, 증명서를 떼러 간 동사무소에서도, 계좌를 해지하러 간 은행, 핸드폰 해지를 하러 간 대리점, 보험회사,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공단에서도 그들은 생전 모르는 나에게 같은 톤으로 미안해했다.


“엄마가 돌아가셨어요.”를 수십 번 내뱉고 나서야 엄마의 사후 처리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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