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썸머 Jan 26. 2019

<삼삼한 이야기> 그 224번째 연필

건대입구역



사랑스러움과.


 끝에 앉은 여자가 졸며 옆에 앉은 남자에게로 자꾸만 자꾸만 고꾸라 진다. 그러면서도 꿋꿋이 졸고 있는 여자는 발그스름한 볼에 얇은 아이라인이 사랑스럽다.


 그 옆에 앉은 남자는 자기에게로 계속 고꾸라지는 여자가 신경 쓰이서도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애써 무시하려는 것일까, 사랑스런 그녀에게 쑥스러움을 느끼는 것일까.

 


사랑스럽지 않음.


 다시 보면,  그녀는 볼품없다.

 땀에 절어 꼬불거리는 앞머리와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그렇다.

 요즘 세상의 잣대로 재보면 아무에게도 눈길을 끌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녀의 왕자님.


 하지만 세상 어딘가엔 그녀만을 사랑해줄 남자가 있다. 티브이 속에 비치는 어느 여배우보다 아름답다고 해줄 수 있는.

 그녀를 지금 이 외모지상주의의 세계에서 구제해줄 백마 탄 왕자님은 존재한다.


 우연히 그녀 옆에 앉아 자꾸 고꾸라지는 그녀를 귀찮아하지 않는 그 남자가 그녀의 백마 탄 왕자님 일지도 모르듯이.

매거진의 이전글 <삼삼한 이야기> 그 223번째 노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