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썸머 Jul 24. 2019

<삼삼한 이야기>그 237번째 연필

복잡한 내 감정들

-

어쨌든 살아 있는 사람은 계속해서 살아가야하기 때문에 숨을 쉰다.

숨이 멎을 듯한 슬픔과, 홍수가 난 것처럼 넘쳐 흐르는 눈물에도 불구하고

몸은 마음과 다르게 평소와 똑같이 혈액을 순환시키고 호르몬을 내뿜으며

미어져 오는 슬픔으로는 사람이 죽지 않는 다는 것을 환기시킨다.

사람은 쉽게 죽지 않지만 또한 쉽게 떠나버린다.


우리가 소중한 사람을 잃고도 살아 갈 수 있는 것은 삶을 포기할 용기가 없어서 일까,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있어서 일까?



-

세삼스럽게

하루 더 산다는 것이 무서워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심지어 표피 밑의 노폐물들은 빠져나가지 못해서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콧잔등 위에 벌겋게 달아 올라 있었다.

하얀 얼굴에 뻘건 뾰루지가 더 도르라져 보였다.

잠을 잘 못잔게 분명했다.



-

무미건조한 지하철 안에서 무표정의 사람들을 마주보고 앉아있다.


덜컹덜컹.


한참을 가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가방안에 들어있던 막대사탕 하나를 꺼낸다.

사탕을 감싸고 봉한 부분을 만지작 거리며 '핫 스팟'을 찾는다.

적당한 자리를 잡고 당기지만 잘 까지지 않는다.

그 옆, 어쩌면 반대쪽으로 자리를 옮긴다.

다시 그 옆을 잡고 이번에는 조금 더 쌔게 당긴다.


껍질이 뜯어지는 순간 사탕이 세상 밖으로 나오며 달달한 향을 풍긴다.

사방으로 퍼진 달달한 향을 내 입으로 가져간다.

혀 끝부터 전달된 달달함은 이내 내 위가 아닌 눈으로 전해진다.

세상이 달달해 보인다.


색감이 살아있는 그림 -모드 루이스-




매거진의 이전글 <삼삼한 이야기>그 235번째 단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