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밖으로

by 송지영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옥스퍼드의 차가운 강의실에서, C. S. Lewis는 시련을 겪는 제자에게 위로 대신 이 문장을 건넨다. 영화 쉐도우랜드에서 이 말을 처음 마주했을 때, 내가 왜 책을 붙들어왔는지 정확한 문장으로 확인받는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독서는,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내린 처방전이었다. 죽음과 애도, 상실을 다룬 책들을 찾으며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 지나야 하는지, 그리고 이 슬픔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몸으로 이해해 왔다.


거대한 시련 앞에서 인간은 무엇을 붙들고 살아가는가.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먼저 그 자리를 지나온 이들의 언어에 기대고 싶었다. 절망의 밀도가 가장 높았던 시기, 우연히 펼친 책 속 한 문장은 기운을 불어넣는 링거처럼 작용했다. 나는 그 문장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페이지를 접고, 밑줄을 긋고, 손으로 옮겨 적었다. ‘오늘의 문장’이라 이름 붙여 가족들과 나눴다. 그 문장들은 내 판단과 감정 속에 스며들어, 나를 무너지지 않게 했다.

"문학을 읽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 이상의 존재가 된다. … 나는 수천 명의 다른 사람이 되어 보면서도 여전히 나 자신으로 남는다. … 나는 내 눈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

<문학비평에서의 실험>에서 C. S. Lewis가 말한 것은 독서의 효용이 아니라, 인간 인식의 한계였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하고 편협한 시각에 갇힌 존재이며, 자기 자신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기는 태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감옥이 된다고 그는 보았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라는 경계 밖으로 나아갔다. 예전의 나라면 관성처럼 반복했을 선택들 앞에서, 조금 더 나은 쪽을 가늠해 보았다. 수많은 삶을 빌려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은, 고통을 나에게만 일어난 사건으로 한정하지 않게 했다.


출간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 또한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필요로 했고, 각자의 자리에서 삶이 던진 질문 앞에 서 있었다. 삶의 끝자락을 미리 보려는 이들, 돌봄에 소진된 부모들, 상실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 묻는 사람들까지. 그들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자리가 필요했다.

내가 슬픔을 숨기지 않고 꺼내놓을 때, 그들 역시 각자 아픔을 풀어놓았다. 그렇게 오간 말들 속에서, 슬픔은 혼자의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서로를 향한 대화가 되었다.

슬픔은 피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 다뤄져야 할 감정이다. 살아 있는 한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상태이기도 하다. 이를 밀어내거나 건너뛰려는 태도는, 감정을 다루지 않은 채 다음으로 가려는 시도에 가깝다. 슬픔을 충분히 바라보지 못한 자리에서는 기쁨 역시 제 몫의 빛을 내기 어렵다. 마음의 흐름은 한쪽만 열어둘 수 없어, 어느 한 지점이 막히면 다른 방향의 흐름도 함께 더뎌진다.

그래서 슬픔을 다루는 언어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서둘러 이름 붙이지 않고, 쉽게 결론 내리지 않으며, 지금의 마음이 머물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말에 대해서.


다시 책을 펼친다.

그리고 쓴다.
그 문장이,
누군가의 고립에 닿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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