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문들은 내 바람이었다
회사에 새로 들어온 친구는 말할 때마다 추임새처럼 '감사하게도'라고 말했다. 말끝에는 꼭 '감사합니다'도 붙인다.
'감사하게도 첫 직장은... 감사하게도 오늘 그런 요청을 받아서... 감사하게도...'
뭐가 그렇게 감사하다는 건지, 연신 감사합니다, 생글생글 웃는데 처음에는 그냥 초면이라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가만히 보니, 좀체 '감사하게도'를 놓지 않는 걸 보니 꽤 단단히 잡힌 말 습관이구나 싶었고, 오늘도 나마저 '감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그냥, 말끝마다 '감사합니다'라고 하는 건 의례적인 표현이고, 그냥 예의를 챙기는 친구구나 하고 말 텐데ㅡ 자신이 지나온 일, 자기 경험을 이야기할 때 언제나 '감사하게도' '운이 좋게도'라는 말로 시작하니 왠지 과거의 어려웠던 일이나 특별하지 않아 보이는 일도 새삼 좋은 일처럼 들리는 거다. 그 감사는 꼭 마주 앉은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붙이는 말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 지나온 사람들에게 보내는 감사 같아서 이 친구가 좋은 언어 습관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모든 말에 부러 '감사하게도'라는 말을 챙기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감사가 습관이 됐다는 게 이런 거구나.
모든 일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기 자신에게 정말로 좋은 일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겨 그 친구에게 밥을 먹자고 먼저 청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야무진 일처리나 성숙한 태도 같은 것들이 호기심이 들게 했다. 무슨 일을 해왔는지. 지금 일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실제로 같이 밥 먹으면서 얘기를 나눠보니 일상에 좋은 습관이 많은 친구였다.
서로의 업무에 관해 얘기를 나누다가 대화는 일상생활로 이어지게 됐고,
하루 업무를 어떻게 정리해 왔는지,
일상에 특별한 루틴이 있는지,
출근 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꾸준히 한다는 그 일은 어떻게 꾸준함을 유지하는지;
어떻게 그렇게 감사를 달고 살게 됐는지,
원래 그렇게 긍정적인 사람이었는지.
얘기를 하다 보니 이런저런 질문을 주고받았고, 점심시간을 꽉 채워 수다를 떨고 돌아와 자리에 앉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나는 왜 그 친구가 그렇게 궁금했지?
뭘 보고 그 친구가 궁금하다고 생각했지?
생각해 보니, 그 친구에게 했던 그 질문들은 내가 스스로 갖고 싶고 바라던 모습에 대한 것들이었다.
하루의 일과와 업무를 잘 정리하고 차곡차곡 내 삶에 누적하는 삶을 살고 싶고
일상에 작은 기쁨이 되는루틴을 가져보고 싶어
출근 전이나 퇴근 후 시간을
조금 생동감 있게 채워보고 싶고,
뭔가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무엇보다 긍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
이렇게 정리해보니 다시금 보인다.
내가 그의 '감사하는 말습관'으로 운을 뗐지만,
내가 그에게 닮고 싶은 것은 사실
자기 삶을 긍정하고 태도였다.
제아무리 감사를 매번 잊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곧잘 침잠하는 나라도 그건 알고 있다. 자기 삶을 긍정하지 못하는 시간에 지옥이 있다는 걸.
자기 삶을 긍정하지 못하고는 마음 편히 웃을 수 없다는 걸. 그 긍정이라는 게 남에게 얻는 것도 아니고 고작 나한테 얻는 것인데 그걸 굳이 안할 이유가 있나.
굳이 내가 내것을 깎어나 폄하할 이유가 있나.
그러니까 나는 오늘 연신 질문했지만, 사실 이런 얘기를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궁금해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나는 내가 궁금해할만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나는 자기 존재와 자기 삶과 화해하고 긍정하고 잘 껴안고 사는 사람들이 궁금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해.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는 힌트를, 오늘 하나 얻었다.
이번주에 이 중에 딱 하나만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