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의 기쁨은 따로 있다
제길, 이때 쯤이면 정말 뭐라도 있을 줄 알았다.
학교 졸업하고 30년을 훌쩍 넘겼는데,
아직도 좋아하는 게 없다고?
새로 블로그를 하나 만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어떤 스타일의 스킨이 좋을까? 아이디는 뭘로 할까?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단어가 뭐였지? 컬러는? 나 평소에 좋아하는 색깔이 뭐지? 이 별거 아닌 질문에 허송세월한다.
여기서 내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나는. 너무, 쓸데없는 것에, 생각이 많다.
그렇게 생각이 많은 내가 정작 나에 대한 가벼운 질문에 답할 게 없다니. 그러니까 생각이(아니 생각만) 많은 것과 할말이 있는 것은 다른 얘기다. 나는 방금 ‘나에 대해 이토록 무지하다’라고 썼다가 지웠는데, 그건 내가 나에 대해서 그저 무지하기 때문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건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쩌면 '생각한다'는 것은, 그냥 입에 물을 머금고 있는 것과 같은 상태 같은 게 아닐까? 고민스러운 것들을 그저 머릿속에서 굴리는 행위.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오랫동안 나에 대해서 생각은 해왔지만, 내가 무엇을 좋아한다고 선언하거나 발견하거나 결정하는 경험은 많았다. (지금 내 머릿속에서 지금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가 서로 와글와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0대에도, 20대에도, 30대에도 같은 고민을 하긴 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다시금, 부쩍 드는 생각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해.” “좋아하는 것을 해봐.” 주변에서 다정한 격려를 받을 때마다 생각한다. "그게 뭐냐고요..." 뭔지 알아야 그렇게 할 텐데...
아니, 모르겠다고 하지 말고 뭐라도 생각해보자. 좋은 것, 생각만 해도 좋은 것들.
넷플릭스 보기
침대에서 뒹굴거리기
음악듣기
일기쓰기
책 읽기
…
사실 이것들도 ‘좋아한다’는 범주에 있지만, ‘아주 좋아한다’의 영역에 들어와 있는 것들은 아니다. 왜냐하면 내가 정작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주기적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실행하는 활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넷플릭스와 침대에서 뒹굴거리기는 약간의 죄책감을 동반하지 않던가. 언제나 해야 할 일을 미룬 채, 하고 있는 활동이기 때문에... 그래서 제대로 찾아보기로 했다.
어린 시절에는 우리 모두의 삶이 정말로 비슷비슷하게 보였다. 비슷한 옷을 입고, 비슷한 곳에 모여서 비슷할 활동을 했기 때문에, 나도 친구들도 크게 달라보일게 없었다.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질풍노도의 20대를 겪고, 저마다 사회 생활의 쓴맛 단맛을 본 30대를 지날 즈음, 주변을 돌아보니 비슷비슷했던 우리의 삶의 모습은 정말로 천차만별이 되어 있었다.
나도 열심히 산다고 살아왔지만, 누가 ‘열심히’ 살았냐와 관계없이ㅡ 어떤 선택을 했는가, 무엇을 견뎠는가, 무엇을 이겼는가, 하는 다른 인생의 지표가 존재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뿐만이 아니라 저마다 주어진 운에 따라 누구는 모두가 선망하는 방향으로 앞서 나갔고, 누구는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 있고, 누구는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었다. 위/아래랄 것이 없지만, 누군가는 어느 순간 같은 시간을 일해도 더 많은 돈을 벌게 되는 여유로운 환경을 구축하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앞서 나아가는 게 보였다.
많은 것은 그의 노력이지만, 어떤 것은 운이기도 해서, 누군가 이룬 것이 부럽고 질투난다고 해서 똑같이 따라할 수도 없는 법이다. 그래. 솔직하게 고백하면, 누군가의 소식에 질투가 나서 좀체 잠이 오지 않은 나날이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누군가의 성공이 부러울 따름이지, 그가 이룬 그 일을 나더러 똑같이 해내면 똑같은 보상을 준다고 해도 나는 과연 그 일을 할까? 그애처럼 기꺼이 즐겁게 할까? 그러니까 나의 기쁨은, 나의 몫은 따로 있는 거다.
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는 사람이 승자다.
그 일을 하며 보낸 시간이
곧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찾아내보려고 한다.
일터에서, 내 삶터에서. 이제 생각만 하지 말고
하나씩 규정해보려고 한다.
이 기록은, 내 진짜 행복을 찾는 여정이다.
그 방법을 기록할 것이고,
나처럼 하루하루가 좀처럼 개운하지도, 후련하지도 않은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 삶의 고민을 공유하고, 비슷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연재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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