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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양 Jul 12. 2018

실패다 싶을 때 외치는 마법의 주문

실패의 쓸모까지 고민하다

정답을 모를 때 가장 빠른 길은?

질문하기


메일함이 있는 사무실을 어서 갖고 싶어요오 (아무말...)


지난 번 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가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그, 그렇죠?) 새로 시작한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디렉터를 맡고 있고, 어떻게하면 나의 콘텐츠가 우리 회사 브랜드 인지도와 서비스 확산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건전한 고민에 매진해 있다는 것을 아래 글에서 상세히 밝힌 적 있다.


나는 당장은 답을 모르지만, 지켜보자는 의미에서 “정답을 몰라도 계속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왕이면 정답 비슷하게라도 답을 구해보는 게 조금 더 낫기 때문에, 정답을 모를 때 가장 빨리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바로 “알고 있는 사람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최근 스타트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님 혹은 실무자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 중에 작년쯤 대대적으로 회사를 홍보하고 확장해 나갔다는 모모모 스쿨의 마케팅 실무자가 강연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그때 ‘연락하시라’며 메일 주소까지 남겼기 때문에, 며칠 전 비가 쏟아지는 아침. 만사 제쳐두고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아무리 조언을 구하는 메일이라도 생면부지의 사람이 딸랑 “그래서 어떻게 할까요?”라고 쓸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우리 회사를 간략히, 하지만 최대한 정확하게 소개하고, 내가 진행했던 여러 가지 콘텐츠 프로젝트를 요약하고, 그에 따른 결과와 고민의 지점을 풀어 썼다.


장문의 메일을 완성하는데 두 시간이 훌쩍 소요됐다. 공손에 공손을 더해서,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서비스에 더 효과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 방향이라도 제시해주십사ㅡ하고 마무리를 짓고 메일을 보냈다. 사실 조언은 둘째 치고, 이제까지 한 일에 대해서 칭찬이든 비판이든 처음으로 전문가 의견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내심 기대가 되었다. 회신 부탁드립니다!



해서 내가 받은 회신 메일은,


없었다.



분명 바로 열어본 것 같긴 한데 (“아 바쁘신가보다^^”)

주말이 지나고 (“아, 주말에도 바쁘신가보다 ^^”)

그 다음 주말이 지나도 ( “아...”)

그 어떤 회신은 없었다. ( “무시당했구나...^^” )



사실 좀 놀랐다. 왜냐하면, 딱 봐도 굉장히 시간을 들였을 게 분명할 만큼 장문의 메일이었고, 내가 본인의 강의를 들은 누구라고 충분히 소개를 했고, 전문가인 당신에게 이런 조언을 구한다고 명확하게 글을 남겼기 때문에, 최소한 “바빠서 뭐라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라든가 “좀체 무슨 사업인지 모르겠어서, 제가 뭐라고 도와드릴지 모르겠네요.” 정도의 회신은 보내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상대방이 완전히 묵묵부답, 노답, 노회신이었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꼭 이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일에 관련해서 메일을 보내면, 왠만해서는 한 줄이라도 어떤 식이든 회신을 받었다. 이전에 같은 자리에서 강연을 들었던 위커넥트의 김미진 대표는 “자신의 원칙은 48시간 이내 회신”이라며, 실제로도 메일을 보냈을 때 “이러저러한 행사로 금방 답하기 어렵다. 언제까지 회신주겠다”고 답을 보내주시기도 했다. 그게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라고 생각했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게 ‘특별히’ 프로페셔널한 모습인 거였다.


매일 손가락만 빨며 메일을 기다린 건 아니었지만, 메일함을 열어볼 때마다 떠올랐기 때문에, “무슨 사정이 있으신가” 내 메일이 별로였나.”하고 어느 순간 쓸데없는 생각을 곱씹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그 메일을 쓰면서 오래 말을 고르던 시간들이 떠올라 “아니 뭐야 참, 프로페셔널하지 않은 사람이잖아!”라고 혼자 분통을... ( 나 상처받은... 아, 아닙니다. 그럴리가요.)



우리는 노오오력하지 않는 한


실패했을 때 습관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낙관적인 문장이 필요하다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노력하지 않는 한, 무심코 있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요즘 내가 주의하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메일함을 열어볼 때마다 엉뚱한 생각이 들어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조금 오글거리는 멘트지만. 흠흠.


“아니 그래서, 실패의 경험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을 셈이야?”


요즘 내 스스로 관점을 돌리는 마법의 주문이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기 때문에(또르르...) 자고로 사람이 실패를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들이차기 때문에(또르르르...) 그 상황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감정적인 생각만 곱씹게 된다. 순전히 경험에서 우러나온 깨달음이다.


업무를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정성껏 메일을 보냈는데 회신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서 본질은 무엇인가? 최소한 “그 자는 언프로페셔널하잖아!‘”라고 광광거리는 그 대목은 아닌 게 분명하다.


실패를 통해서 배운다- 상당히 고전적이고 진부한 이야기지만, 끊임없이 자잘한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나로서는, 급기야 그 작은 실패까지도 쓸모를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두둥) 주변에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들만 둘러봐도, 실패를 통해 배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실패하고 남 탓만 하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있다.


나는 메일 사건을 통해서, 첫 번째로 업무 메일을 제때 회신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회신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회신하기 어렵다고 언제까지 회신을 하겠다고, 그렇게라도 회신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아무리 사소한 메일이라도 회신을 기다리는 메일은 꼭 제때 답을 하리. 그게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니까.


그리고 두 번째로,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 서비스와 콘텐츠를 소개하기 위해 나름 한바닥의 글을 쓰면서 분명히 나 스스로도 정리된 것이 있었다. 전문가의 의견이 궁금한 것이 사실이었지만, 객관적인 팩트와 함께 문제를 나열하면서 나 스스로도 한두 가지 놓치고 있던 대목들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 점을 고민해보자. 좀더 구체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으니, 두어 시간 메일을 쓴게 마냥 헛일은 아닌 셈이다, 이렇게 스스로 정리하고 넘어간다.



나머지는 운에 맡기면 된다


오늘 읽은 책 『약간의 거리를 둔다』에도 이와 비슷한 구절이 나와있다. 글의 제목은 ‘괴로워하지 않는 요령’이다.


“실패를 예상한다는 건 실패에서 얻어지게 될지도 모를 이런 지혜를 의식하는 것이다. 그 의식이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내가 가진 모든 노력을 기울여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나의 힘이 미치지 않는 또 다른 측면, 다시 말해 운이라고 불리는 신의 의지에 귀를 기울여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한 후에 나머지를 결정해줄 운을 기대한다. 그것이 곧 실패로 인한 괴로움을 사전에 예방해주는 지혜이며, 이런 지혜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낙관주의라고 생각한다.”



그래 그냥 운이 없었다! 좀 더 스스로 고민하다가,  훌륭한 전문가와 인연이 닿게 된다면 다시 도움을 구해보자. 이번 경우의 실패는 그다지 대단한 건 아니지만, 실패를 했을 때 나름의 낙관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동감한다. 우리는 수시로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는 사람들이니까.


아마 이제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다음에 실패에 맞닥뜨렸을 때, 오글거리는 나의 마법의 주문이 한번쯤은 떠오를걸?


“아니 그래서, 이 실패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을 셈이야?”라고. 홍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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