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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루양 Dec 18. 2020

타오르는 2020년의 초상

내 시간을 다른 시선으로 보기

 


뜨거운 응시와

평등한 시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응시와 시선에 관한 영화다. 무언가 한곳을 뜨겁게 응시하고, 관습적이지 않은 평등한 시선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것이 나와 상대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영화는 보여준다. 응시만으로도 우리는 사랑을 나눌 수 있고, 시선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비단 사랑하는 연인에게만 가능한 일일까. 나도 한번쯤 내 자신을 그렇게 타오르는 눈빛으로 응시해보고 싶었다. 내가 걸어온 길, 내가 겪은 경험들, 나의 자랑, 나의 기쁨, 그리고 나의 좌절.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억과 완전히 지우고 싶은 기억까지-     


내 삶을 구성하고 있는 곳곳을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라본다면 나는 나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타인과 비교하는 시선으로, 으레 세상이 말하는 기준에서 나를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볼 수 있다면 내 삶은 어떤 이야기로 말해질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타오르는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연말이면 나는 한 해 동안 일어난 일들을 추려본다. 일상에서 기쁨을 누렸던 작은 성취들이 대부분이고, 도무지 무시할 수 없는 큰 좌절들 몇 개가 걸러진다.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에게 그게 한 해의 사건이고 기록이 된다. 어깨에 가벼이 메고 갈 작은 봇짐에 올해의 10대 사건 정도만 담아 내년으로 넘어가곤 했다.      


올해도 10대 사건을 꼽았다. 마음을 엄청 들썩이게 한 시간도 있었고, 끝 모르고 추락하느라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지만, 제목만 달아 나열해놓으니 마치 냉동실 얼음 트레이에 얼린 얼음 같다. 모양도 비슷비슷, 시간의 결은 납작해졌다. 그냥 제목만 붙일 게 아니라 한번 뜨겁게 바라보고 뜨겁게 읽어내고 싶다.      


거창한 건 아니다. 다만 슬쩍 쳐다보고 넘어갔던 시간들을 되새겨보고, 맨날 내 삶을 들여다보던 보통의 시선 바깥에서 나의 시간을 회고해보는 거다. 어차피 나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올해는 뭘 해도 금방 지나가고 말거다. 자, 이미 불은 붙었다. 





* 남은 2020년, 매일매일 한해를 타오르는 눈빛으로 응시하는 중입니다.


01. 나의 2020 연말정산: 타오르는 2020년의 초상

02. 좋은 순간의 기억이 모든 것을 괜찮게 만든다

03. 괜찮은 척, 끝내지 않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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