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인가? 모험인가?
Apr. 02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라고 하는데, 사실 그런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다. 말 한마디로 천 냥을 잃는 사람은 많이 봤다. 이 말은, 사람들은 보통 말을 '잘' 하려고 노력하는데, 어쩌면 말을 잘 하는 것보다 실수하지 않도록 말을 '조심'하는 게 확률적으로 성과가 있는 노력이라는 뜻이다. '말은 그 사람의 얼굴'이라는 말은 맞다. 정확하게는 말은 그 사람의 <뜻밖의> 얼굴을 보여준다. 어떤 사람의 말 한마디로 '아 정말 따뜻한 사람이잖아?'하고 고개를 들어 그를 다시 본 적이 있고, 어떤 사람의 말 한마디로 그의 천박함을 감당할 수 없어 고개를 돌려버린 적이 있다. 전자는 내 귀여운 동료. 후자는 멀고 먼 친척이다.
며칠 전에 우연히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처음 뵌 분인데, 우리 엄마보다 연세가 더 많아 보이시는, 아주 점잖은 어른이셨다. 그런데 우스갯소리를 할 때마다 '개놈의 새끼, 미친놈의 새끼' 같은 말을 대수롭지 않게 써가면서 호탕하게 웃으시는 거다. 앗, 저렇게 품위 없어 보일 수가. 나도 종종 대수롭지 않게 내뱉는 말이라 더욱 경각심을 가졌다. 욕이 때때로 가까운 사이에서는 속을 후련하게 해주긴 하지만, 입에 잘못 배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온다. 지금부터 주의해야지.
오늘의 밑줄
"생존이 목표면 표류지만, 보물섬을 찾아가면 모험이다."
이 문구를 우연히 봤는데 기분이 아주 상큼해졌다. 간명하고 분명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대부분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이 범주 안에 있다. '같은 자리에서 버틸 것인가, 불확실한 다른 자리로 모험을 떠날 것인가?' 이 두 가지 안 중에서 선택을 하기란 너무너무너무 어렵다. 왜냐하면 같은 자리에서 버텨도 괜찮고, 사실 모험을 떠나도 괜찮은 거다. 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도, 가지 않은 길의 답은 결코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것도 답이 될 수 없다.
즉, 저 질문은 답이 없는 문제인 셈이다. 답이 있는 문제가 되려면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이 자리에서 버티는 것이 생존인가 모험인가?" "떠나는 것이 생존인가 모험인가?" 버티거나 떠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자리에 있든 그 자리가 생존의 자리인지 모험의 자리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기억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