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쪼개듯 멜론 쪼개듯
하나를 둘로 쪼갠 집
씨를 긁어내고 들어왔다
둘로 나누어도
소리의 길은 하나
새벽 벽 너머로 울어대는
머리를 맞댄 소리
잠을 깨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본심은
쪼개어진 곳에 흐르는 한통속의
적의 혹은 습기
문만 조금 열어놓으면 돼
청소 싹 하면 깔끔한 집이야
씨를 긁어내고 먼저 들어온 건
곰팡이였어
우리는 기생충이지 그들의 기생충
눈물을 쏟는 건 내 의지가 아니다
주인집에 세든 자의 의무
반쪽으로 흘러든 숙명
충실한 납세자처럼
습기를 보탠다
유일한 룰은
동시에 울지 않는 일
저쪽이 울면
이쪽은 들어주는 일
울음을 쪼개어
침수만은 막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