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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려니 May 15. 2024

불법개조 하우스


 

참외 쪼개듯 멜론 쪼개듯

하나를 둘로 쪼갠 집

씨를 긁어내고 들어왔다


둘로 나누어도

소리의 길은 하나     


새벽 벽 너머로 울어대는

머리를 맞댄 소리


잠을 깨우는 게 목적이 아니다

본심은

쪼개어진 곳에 흐르는 한통속의

적의 혹은 습기

     

문만 조금 열어놓으면 돼

청소 싹 하면 깔끔한 집이야     


씨를 긁어내고 먼저 들어온 건

곰팡이였어

우리는 기생충이지 그들의 기생충     


눈물을 쏟는 건 내 의지가 아니다

주인집에 세든 자의 의무

반쪽으로 흘러든 숙명


충실한 납세자처럼

습기를 보탠다


유일한 룰은

동시에 울지 않는 일


저쪽이 울면

이쪽은 들어주는 일


울음을 쪼개어

침수만은 막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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