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도대체, 둘은 어디서 만났어? 평범한 질문이지만, 단순한 의미는 아니었다.
나를 닮은 사람. 주원의 첫인상이었다. 카페에서 그와 마주 앉았을 때, 그의 눈동자가 빛을 받아 투명해졌을 때, 나는 할아버지의 흔들의자를 떠올렸다. 심장을 찌르르하게 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하는 것보다 편안하고 고요한 것이 더 강하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그런 이유로 내가 오랫동안 그를 잊지 못하리라는 것도.
“너, 네 남자 친구 대학 보고 만나냐? 나는 네가 그렇게 욕심 많은 애인 줄 몰랐다.”
“무슨 상관이세요? 저 좋아하세요?”
주원의 학교 축제에 갔다가 마주친 우리 과 선배는 강의실에서 대뜸 그랬다. 스물한 살의 나는 해적 룰렛이었다. 가만히 있다가도 모욕을 당했다고 느끼면 날아가는 해적 머리가 되어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다 본인을 위한 걸 모른다, 성격이 이상하다며 펄쩍 뛰던 선배라는 그 사람은 온 학과에 그 일을 떠들고 다녔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다 괜찮았다. 비극은 곡선이었다.
그즈음부터 사람들의 머리에서 어떤 곡선을 발견했다. 예전에는 어렴풋하게만 느껴지던 것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린 왕자와 조종사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 했고, 사람들은 중절모 또는 엎어진 종이라고 했던 그 곡선. 누군가는 그것을 당당하게 드러냈고, 대부분은 관심 없는 척, 모르는 척 은밀하게 내보였으며, 몇몇은 곡선을 인정하고 자기만의 기준을 만들었다. 지구에 태어난 이상 곡선을 버릴 수는 없었다.
나는 그 곡선 위에 형제도, 친구도 아닌 연인을 두었다. 나의 위치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상대의 위치를 성실하게 견제했다. 그가 보조선을 긋고 그래프를 그리며 수식을 쓸 때, 알파와 베타와 감마가, 엑스와 와이와 제트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그는 자기만의 스타일, 자기만의 색깔이 들어있는 그림들을 그려냈다. 나와는 다른 언어로 소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는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일은 경이롭고 무서웠다. 그의 긴 속눈썹과 집중한 입술을 좋아하면서 미워했다. 사람들이 그의 수식과 정교한 그림을 보며 몰려들 때마다 수많은 사람 중 하나가 된 나는 자꾸만 뒤로 물러났다.
“강의실에서 별로 안 좋은 일 있었어.”
“무슨 일?”
주원을 빤히 쳐다봤다. 어떤 마음이 남았는지를 밝혀도 되는 걸까.
“내 글이 별로래.”
“나는 네 글이 좋아, 재희야. 네 글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웃음이 나와.”
“웃기라고 쓴 글이 아닌데 뭘 웃어.”
말은 그렇게 해도 올라가는 입꼬리는 숨길 수 없었다. 주원은 감정 표현이 크지 않아서 그가 웃는다는 건 모든 곡선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다른 사람들이 외면해도 너만 좋다면 언제든 쓸 수 있다는 맹세도, 기꺼이 했다.
나는 표준의 점수를 받았고, 그에 맞는 학교에 다녔다. 더 잘하거나 완전히 못하는 것이 없이 모든 분야에서 적절했다. 그나마 책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을 즐거워했지만, 빛나고 뛰어난 사람은 많았다.
졸업을 했다. 인턴은 시작하지도 못했고, 서류는 빠르게 탈락했다. 마음이 급했다. 이러다가는 나란히 걸을 수도 없을 만큼 벌어지지 않을까.
“누가 내 미래를 결정했으면 좋겠다. 부유하는 이 느낌 정말 싫어.”
“선택지가 많다는 건 좋은 거야. 마음이 움직이는 걸 생각해 봐.”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주원의 뒤통수를 쳐다보았다. 가느다란 머리카락으로 흉터를 가리려고 했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 자신의 인생을 한 번도 갖지 못한 사람과 무엇을 선택할지 몰라 방황하는 사람은 한 선상에 놓일 수 없었다.
“이제는 내가 뭘 좋아했는지도 모르겠어. 있잖아, 나,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건 어떨 것 같아? 아까 동기들이랑 얘기했는데 준비하려는 친구들 많더라. 이제 부모님도 나이 들어가시고. 내가 뭐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이게 현실이지.”
주원은 잠자코 듣다가 한 마디 했다.
“그게, 진짜 이유야?”
힘이 쭉 빠졌다. 열심히 감춘 진심을 들킨 기분이라서. ‘왜?’라는 질문에 여러 가지 이유가 나열되면 그건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던 손을 거두었다. 그의 슬픔을 품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슬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