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행복독립

I like...

얀이(고1), 레야(중1)

by 최여름

나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좋아한다'는 말이 더 좋다. '사랑'이라는 말속에는 인내와 희생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좋아하는 것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의지도, 희생도 필요 없다. '그냥' 좋은 것이다. 자석에 끌리듯 그냥 가능한 것.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이 붙지만 좋아하는 것은 '그래서', '그래도'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래서 좋아, 그래도 그냥 네가 좋아.


누군가의 희생 없이도, 오래 참음과 감싸줌이 없이도 한겨울 믹스커피처럼 그냥 좋을 수 있는 것, 젓가락이 많이 가는 반찬처럼 무의식 중에도 가까이 가고 싶은 것, 그렇게 좋아하는 것, 그렇게 내가 취향인 누군가.

사랑은 의지와 선택이 동반되지만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인지도 모른다. 나의 삶과 영혼의 바탕이 되는 나의 가족, 그중에 내가 선택한 것은 남편 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내가 선택한 것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하하... 그렇게 생겨서 좋고 그런 성격이어서 좋고 그렇게 너라서 좋다. 너라서. 물론 오래 참음을 비롯한 극강의 인내와 헌신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래도 나는 내 아이들이 너무 좋다. 아이들은 그렇게 내 운명이요, 내 취향이 되었다. 나의 수고와 인내와 노력 없이도. 그래서 좋아하는 것은 운명이 내린 선물인 거다.

어느 날, 가족여행 중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이렇게 너희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이 이 세상에 최소한 2명은 있다는 것을 알고 사는 기분이 어때?"

레야는 이어폰을 끼고 있느라 못 들었고 얀이는 휴대폰에서 잠시 눈을 돌려 나를 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좋죠."

혼자서 감동의 폭풍을 건너고 있는 극 F 엄마와 어떻게 반응해야 빨리 끝날 지 알고 있는 극 T 아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래도 크리스마스는 교회가 원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