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나무 숲
좁은 숲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잘 닦인 큰 길이 나왔다. 큰길이 있다는 것은 이제 곧 집들이 보일 것이라는 예고다. 나그네는 근처 바위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때 갑자기 바위 옆으로 노란 귤처럼 생긴 열매 하나가 툭 떨어졌다. 깜짝 놀란 나그네는 고개를 들어 나무 위를 바라보았다.
"아, 죄송해요. 제가 실수로 떨어뜨린 거예요."
나무 위에는 큰 망태기 같은 것을 멘 남자가 열매를 따다 말고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주변이 온통 과일나무였다.
"우와"
나그네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쳤다. 숲에서 오르막을 만나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길만 보고 걷게 된다. 나그네는 바위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풍경이 바뀌어 있었던 것을 깨닫지 못한 게 신기했다. 허기가 몰려왔다. 그는 떨어진 열매를 주워 들고 다시 나무 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먹어도 되나요?"
"아, 그럼요. 그림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이 열매 이름이 그림이구나.'
"손으로 껍질을 까서 드시면 돼요."
나무 위의 사내가 소리쳤다. 나그네는 감사의 미소를 보내며 조심스럽게 껍질을 까기 시작했다. 바닥에 닿은 부분은 뭉개져 있었지만 나머지 부분은 먹을만했다. 그림열매의 겉은 귤껍질보다 얇은 피로 되어 있었지만 속은 부드러운 복숭아 같았다. 한입 베어 물자 달콤한 과즙이 입안에 가득했다. 기분 좋은 달콤함이 온몸에 파고들어 여행에 지친 세포 하나하나에 새로운 힘을 주는 듯했다. 뭉개진 부분을 피해 가며 먹다 보니 가운데 복숭아씨보다 작은 씨가 나타났다. 그 씨를 나무 밑에 버리려 하자 어느새 땅으로 내려온 사내가 급하게 말렸다.
"씨를 바닥에 버리면 안 돼요!"
나그네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왜요? 어차피 땅속에 묻혀 자연으로 돌아갈 건데."
"아니죠. 땅속에 묻혀 새로 싹이 나겠죠. 이곳엔 그림나무가 충분히 있어서 더는 새로운 나무가 필요 없어요. 우리는 이 씨들을 잘 말려서 가루를 내서 한 곳에 묻어요. 그러고도 혹시 새로운 싹이 올라오는지 감시하죠."
'바오밥나무 같군.'
나그네는 오래전 자신처럼 긴 여행을 떠났던 어린 친구를 떠올렸다.
"우리에겐 지금 있는 나무들로 충분해요. 씨들이 다 나무로 자라면 이 숲은 정말 엉망이 될 거예요."
나그네는 그림나무가 지나치게 빽빽하게 자라 이 숲을 뒤덮는 것을 상상했다. 그의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숲은 원래 그런 것 아닌가? 한 나무에서 해마다 수많은 열매가 땅 위에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숲이 그 나무들로 미어터지는 것은 아니던데. 그러고 보면 그 수많은 씨앗들은 몇 개나 다시 나무로 자라는 것일까. 그리고 그 수는 누가 조절하는 걸까. 나그네는 한 번도 그런 의문을 가지지 않은 자신이 더 의아했다.
"제가 버린 씨앗이 이 자리에서 다시 나무로 자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요?"
"모르죠. 하지만 이 자리에서 나무로 자란다면 여기 이 나무도, 새로운 나무도 서로에게 좋지 않겠죠. 나무는 자리를 옮길 수 없으니까."
나그네는 사내의 말에 점점 호기심이 생겼다. 아닌 것 같은데 묘하게 또 그런 것도 같았다. 사내도 나그네와의 대화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곳은 깊은 산 속이라 찾아오는 손님도, 지나가는 행인도 없어서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서로가 잠시 침묵 속에 눈을 마주쳤다.
"혹시 오늘 머무실 곳 없으면 저희 집으로 가실래요?"
나그네는 사내가 어디서 머물 것이냐고 묻지 않은 것이 감사했다. 그랬다면 또 서둘러 어디든 둘러대었을 것이다. 나그네는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 그에게 시간을 내어 달라고 하는 것이 여전히 어려웠다.
"아, 네. 감사합니다. 사실은 이곳이 처음이라."
"그러니까요."
나그네는 싱긋 웃는 사내를 보며 그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는데 감동했다. 하지만 다시 그 친절함의 늪에 빠지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다.
사내가 사는 마을은 평온했다. 이곳에 온 첫날부터 아무도 나그네에게 곤란한 질문 따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낯선 방문객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친근하게 대했고 나그네가 전해주는 여행 이야기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즐겨 들었다. 그들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각자 맡은 일을 아무 불평 없이 해냈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크고 작은 역할들이 있었고 일하는 시간과 휴식 시간을 정확하게 구별하였으며 서로 얼굴 붉히거나 수군거리는 일도 없었다. 이들의 이 부지런함과 평온함은 어디서 오는지 궁금하였으나 사람들은 그저 웃으며 "글쎄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나그네는 자신이 찾던 곳이 바로 이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그네는 사내와 함께 다니며 그를 돕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의 그림열매를 따서 마을 공동창고에 쌓아두는 일을 했다. 또 땅에 떨어진 열매가 싹을 틔우지 못하도록 미리 치우는 일도 했으며 그 일이 마치고 나면 마을 공터에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쳤다. 공부라고 해봐야 마을의 역사와 나무에서 열매 따는 법, 맛있는 열매를 고르는 법 등 일상과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도 짧게 끝내고 대부분은 공을 차며 아이들과 놀았다. 마을은 너무나 평화로웠고 모두가 한마음처럼 움직였다. 아이들에게도 그들은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강조해서 가르쳤다. 누구에게나 친절할 것, 욕심 내지 말 것, 비교하지 말 것, 언제나 성실할 것 등. 그 또한 어린 시절 이곳에서 그런 가르침들을 듣고 자랐으리라.
어느 날 사내를 따라다니는 일이 무료해진 나그네는 마을을 벗어나 좀 더 멀리 나가 보기로 했다. 마을에서의 삶은 평온하고 안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는 점점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이 불안함의 이유를 알고 싶었다. 숲길을 한참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나무가 뜸해지고 평지가 나왔다. '오, 마을 밖에 이런 곳이 있었군.' 나그네는 무작정 길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평지를 지나 낮은 언덕을 넘어서자 길이 끝나는 곳에 멀리서도 눈에 띄는 집이 하나 있었다. 숲 속의 아주 아담하고 정돈된 집들과 달리 괴상하기 짝이 없는 집이었다. 집의 각 벽들은 모두 다른 색이었고 그마저도 색의 조화가 어색했다. 색 조합만큼이나 특이한 것은 집으로 들어가는 문이 여러 개라는 사실이었다. 각 문들은 크기도 다르고 색깔도 다 달랐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집 옆 작은 공터에 그림열매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것이었다. 아무 데서나 나무가 자랄까 봐 사내가 그토록 조심하던 열매들이 아닌가. 그는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문이 너무 많아서 어느 문을 두드려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그네는 자신의 키보다 살짝 높은 문을 골라 작게 두드렸다. 누가 안에 있든 이 방문객이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길 바라면서. 잠시 후에 문이 열리고 잔뜩 먼지를 뒤집어쓴 청년 하나가 나왔다. 순간 나그네는 그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헷갈렸다. 짧은 머리에 멜빵바지 차림의 청년은 뭔가를 고치다 나왔는지 두꺼운 작업용 장갑을 끼고 놀란 눈으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누구세요?"
목소리를 듣고서 나그네는 이 청년이 여자인 것을 알았다.
"마을에서 지내는, 아니 지나가는 나그넨데…."
나그네가 조심스럽게 말을 하자 청년이 '풉'하고 웃었다.
"나그네요? 안 지나가셨으니 나그네 아니고 손님이시죠. 아, 그분이시구나. 사람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어요. 들어오세요."
역시나 청년도 마을 사람들처럼 나그네에게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 길인지 묻지 않았다. 하지만 나그네는 청년에게서 마을 사람들과 조금 다른 뭔가를 느끼고 있었다.
"혼자 살아요?"
나그네는 첫 질문부터 무언가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외딴집에 혼자 사는 여자의 두려움과 경계심을 증폭시킬 만한 질문이었다.
"혼자 오셨어요?"
청년은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나그네도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혼자 살든, 혼자 왔든 지금은 둘 다 혼자면서 혼자가 아니었다. 이 우연한 만남이 그들에게 줄 휴식을 기대하며 그들은 같은 공간에 들어섰다. 청년은 시원한 물 두 잔을 가지고 와서 나그네에게 건네고 한 잔은 자신이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나그네도 목이 말랐던 터라 시원하게 물을 마셨다. 갈증이 해소되자 세상이 더 말끔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고마워요. 너무 시원하네요. 근데 그림차가 아니네요. 여긴 다 그림차를 마시던데."
"아, 원하시면 드릴게요. 제가 그림차를 잘 안 마셔서요.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이 마셔서 내가 그림열매가 되어 버릴 것 같거든요. 땀이 아니라 과일즙이 흐르는 것 같다니까요."
나그네는 미소를 지으며 집을 살펴보았다. 특이한 외부와 달리 내부는 딱히 특별한 것이 없었다. 평범한 부엌에 아담한 식탁이 놓여 있었고 부엌 안쪽으로 침실이 살짝 보였다. 하지만 커다란 거실 공간에는 청년이 작업하던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림 열매가 싹을 내려 아무 데나 나무들이 자라는 것이 겁나지 않아요? 다들 조심하던데."
나그네는 하고 싶은 많은 질문 중 가장 궁금한 것을 골라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밖에 뿌려놓은 거요? 진짜 그렇게 되는지 실험하는 중이에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럼 당신은 열매가 뿌리내려 나무가 되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있어요?"
나그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아니요. 그래도 나무로 자랐으니까 숲이 되었겠죠."
"그게 참 신기하게도 한 3년? 매년 열매를 뿌려 놓았는데요, 아직까지 나무로 자란 것은 없어요."
청년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그네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대었다. 그리고 더없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했다.
"신기하죠? 사람들 말대로라면 여기저기 나무가 막 자라야 하는데 씨가 나무가 되는 일이 그렇게 어렵다니까요. 가끔씩 싹이 나기도 하는데 며칠 지나니까 동물들이 뜯어먹었는지 없더라고요. 한 나무에서 그렇게 많은 씨들을 땅에 뿌려대는 이유가 있었다니까. 그런데도 열매 하나 남기지 않고 몽땅 없애 버리니 어떻게 새로운 나무가 자라겠어요?"
"그럼 왜 마을 사람들은 그림나무 씨가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죠?"
"어릴 때 들은 얘긴데 제가 태어나기 한참 전 마을에 숲을 연구한다는 한 사람이 와서 그렇게 말하고 갔대요. 저 열매들이 땅에 떨어져 나무가 되면 이 숲은 그림나무로 뒤덮이고 말 거다, 그럼 마을사람들이 살 곳도 사라진다, 뭐 그런. 근데 그 사람이 진짜 숲을 연구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 말의 위력은 대단했죠. 누군가는 그 말을 믿었을 거고 한 사람의 공포가 전체의 공포가 되고. 그렇게 쭉 내려오게 된 거죠. "
"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을까요?"
"처음엔 의심했겠죠.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실이 아닌 것도 신념처럼 굳어져 버리는 거죠. 그림나무 싹을 볼 볼 때마다 얼마나 불안했겠어요? 그 말이 사실일까 봐."
"그래도 왜.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이 숲이 문제죠. 부족한 게 없으니까. 마을 사람들은 그래서 이 숲을 잃을까 매우 불안해하고 있어요. 내부든 외부든 위협이 되거나 평화를 깨는 그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아요. 대신 더도 바라지 않고 딱 지금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바라요. 그렇게 아무 일이 안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죠. 모두가."
나그네는 생각 폭풍이 몰려온 듯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서 마을 밖에서 혼자 사는 거예요? 혹시 쫓겨났나요?"
"하하하, 아니요. 뭐, 서로를 위해서라고 해두죠. 마을 사람들은 쫓아내기는커녕 오히려 그 반대거든요. 너무 걱정을 해대는 통에 마을 안에서는 아무것도 해볼 수가 없어요. 해오던 대로만 하면 실패도 실수도 없을 거라고. 너무 재미없지 않아요?"
청년은 '너무'라는 말을 길게 빼내며 강조했다.
"단지 이 숲과 마을의 전통을 지키는 일에 내 인생을 다 쏟는다는 건 정말 재미없지 않나요? 세상은 넓고 인생은 짧은데. 하하"
청년은 유쾌하게 웃었지만 나그네는 그 마음을 읽을 수가 없었다. 외로운 것 같기도 하고 자유로운 것 같기도 하고 둘 다인 것 같기도 했다.
"근데 문은 왜 저렇게 많이 만들었어요?"
나그네는 화제도 돌릴 겸 궁금한 것을 또 물어보았다.
"만든 게 아니라 원래 이렇게 생긴 집에 들어온 거예요. 마을에서 좀 떨어진 집에서 살고 싶었는데 마침 이 집을 발견한 거죠."
"마을과 떨어져서 살고 싶은 사람이 또 있었나 보네요."
"하하. 덕분에 매일 밤 문들을 보면서 상상하죠. 저 낮은 문은 놀러 온 아이들을 위한 문이었을 거야. 저 길고 좁은 문은 키다리 친구가 고개 숙이는 것을 불평하니까 만들어 주었을 거고. 밤에 달이 비치면 달빛이 들어와 침대 위에 머물도록 저 동그란 문을 만들었을 거야. 저 큰 문은 주인이 먹을거리를 잔뜩 들고 들어올 때 이용했을 거야. 지금껏 30가지 이상의 이유를 찾은 것 같아요.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것은 상상하는 자유와 기쁨을 주죠.”
마을로 돌아온 나그네는 여전히 친절하고 성실한 마을 사람들을 만나 함께 저녁을 먹고 그들의 전통을 따라 차를 마시고 같은 시간에 침대에 누웠다. 밤은 유난히 더 어두웠고 아침은 더디게 찾아왔다. 밤새 뒤척이다 늦게 잠이 든 그는 어떤 두려움이 그를 먹구름처럼 감싸는 서늘함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커튼을 열어 아직 동이 트지 않은 것을 확인한 그는 자신을 묵게 해 준 친절한 사내에게 편지를 남기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마을 창고로 갔다. 그리고 자신의 가방에 넣을 수 있는 만큼 가득 열매들을 담았다. 나그네는 마을을 벗어나자마자 열매들을 빈 풀숲에 뿌리기 시작했다. 어둠을 깨는 소리에 놀란 산짐승들이 후드득 소리 내며 달아났다. 열매를 뿌리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등이 후끈하고 얼굴에는 땀이 흘렀다. 나그네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그렁거리다 땀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지킨다는 것은 무엇인가, 진짜 두려움이란 무엇인가? 두 손에 꼭 쥐고 버티고만 있으면 손안에 든 것이 상해 가는 것을 알지 못한다. 내려놓고 두 손을 비워야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보인다. 애초에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신들의 방법으로 지키려던 그들은 오래지 않아 결국 지키려던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나그네는 지금껏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자신을 향해 그림열매를 던졌다. 어제와 같은 하루, 일 년 전과 같은 일들을 변함없이 한다는 것은 성실함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게으름과 나태함의 포장일 뿐이었다. 그는 두 손에 든 것을 다 내려놓고서야 가지고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보였다. 가방에 더 이상 남은 열매가 없음을 확인한 그는 외딴집 청년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다시 생각했다.
"이곳 사람들이 또 두려워하는 게 뭔 줄 아세요? 바로 자신들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그들도 하루 종일 '왜?'라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살던 어린 시절이 있었을 텐데 어른이 될수록 질문을 하지 않아요.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새로운 일이라고는 전혀 일어나지 않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자신들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질문을 하지 말아야 하고. 하지만 궁금하지 않아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왜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고 또 어떻게 게 살아가야 하는지? 묻지 않으면 답도 찾을 수 없지 않을까요?"
어느덧 아침 해가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던 나그네는 손바닥으로 햇살을 가렸지만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 매일 태양이 떠오르는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무엇이 이 만물을, 이 우주를 움직이게 하고 질서를 지켜가고 있는지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모든 아침은 당연했고 내가 아는 것이 내가 알아야 할 전부라고 생각했다. 내 세계가 깨어지면 세상도 깨어진다고 믿었고 그 작은 세계를 지키기 위해 평생을 살아왔다. 그 순간 그는 거대한 우주로 날아가 그 속에 보이지 않는 먼지 같이 서있는 자신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는 보이는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