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유산이라며 부모님은 여행을 선물해주셨다. 봄에는 꽃피는 들로, 여름에는 바다, 가을에는 단풍을 보러 산에 갔다. 여유가 없을 때는 같이 영화를 보며 마음에 창문을 달아주셨다. 여행을 일상처럼 가고 또가며 수없이 돌아다녔다. 아직도 한 달에 열흘은 일을 핑계로 집을 떠난다.
집 나가면 고생이지만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기꺼이 고생을 사서 하는 편이다. 호기심이 많아 세상 곳곳을 누비려는 열망은 나를 멀리 나아가게 한다. 짧게는 3시간부터 길게는 몇 년씩 여행이 이어진다. 몇 년을 살아도 익숙해지지 않던 서울은 늘 내게 여행지다. 생활의 고단함 없이 반짝이는 도시는 드물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머물자 마음을 둘 동네가 하나 둘 생긴다. 고급 호텔보다 사람 냄새나는 친구집이 훨씬 좋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고 온종일 멈추다가도 무언가를 찾으려는 바람으로 정처 없이 길을 걸어 다녔다. 여행을 할수록 삶이 간단해진다. 낯선 곳에서 사람과 어울리며 혼자 걸을 때는 절대 볼 수 없던 내 뒷모습을 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