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그리워하는 건 어쩌면 그 곳에 사는 친구때문인 것 같다. 친구가 미국에 지낼 때는 보고싶다는 마음으로 계획없이 두달새 두번이나 만나기도 했었는데 코로나가 찾아온 후론 좀처럼 발을 떼기 어렵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는 먼 땅에서 마음의 고향을 찾아 떠났다. 평생 떠올릴 추억들이 스치듯 지나가고 이제는 둘다 몰입할 만한 새로운 일들이 늘어난다.
잠깐 서울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내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자주가는 카페에 들렸다. 오랜만에 서로의 생활반경에 끼어드는 순간이 재밌어서 장마철에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비가 쏟아지던 마지막 여름밤, 창가에 앉아 불확실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어린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을때도 무엇이든 가능한 상황으로 만들어버린다. 한숨 푹자고 일어났을때 기분좋은 안도감이 들었다.
만날때마다 우린 여행을 갔고 헤어지기 아쉬울때 친구는 내게 팔찌를 선물하곤 했다. 그 날을 기억할 만한 물건으로 적절했다. 손 안에 쥐고 있으면 함께 걷던 발자국들이 우르르 집으로 몰려왔다. 이제는 이별이 익숙하다. 멀리 간다고 해도 우리는 또 다시 만날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