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이 거대한 도시는 황푸강이라는 긴 흐름을 중심으로 두 개의 서로 다른 세계로 나뉜다. 강 서쪽은 푸시(浦西), 동쪽은 푸동(浦东)이라 불린다.
처음 상하이에 도착했을 때 나는 자연스레 전통적 관광지가 많은 푸시로 발걸음을 옮겼다. 와이탄에서 눈앞에 펼쳐진 것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세워진 화려한 건축물들이었다. 그 옆으로는 고요한 황푸강이 흐르고, 강 건너편에는 상하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동방명주와 상하이타워, 세계금융센터로 구성된 마천루가 우뚝 서 있었다. 푸시에서 바라보는 푸동은 마치 꿈속에서나 본 듯한, 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현대적인 스카이라인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 나는 상하이의 과거와 현재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묘한 감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상하이의 진정한 매력을 느끼려면 푸동으로 직접 가봐야 한다. 2호선 루자쭈이역에 내리면 와이탄에서 보았던 동방명주가 마치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오며 그 거대함과 화려함을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다. 낮의 동방명주는 웅장하고 밝게 빛나는 것이 특징이다. 푸시에서 보는 동방명주는 밤하늘을 수놓는 예술 작품이라면, 낮의 동방명주는 거대한 도시가 주는 압도감 그 자체다. 또한 도시 자체의 느낌도 색다른데 낮에 푸동을 가까이 보면 마치 여의도 같은 감성을 마주할 수 있다. 초고층 빌딩에서 근무하는 금융권 사람들이 가득한 도시인 반면 그 속에 위치한 쇼핑몰에 가면 쇼핑이나 음식을 즐기러 온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푸시에서 바라보는 푸동도 좋지만, 푸동에서 바라보는 푸시도 그에 못지않다. 그리 멀지 않은 두 장소지만, 그 사이에는 시간이 만들어낸 고유한 감정들이 깃들어 있다. 도시의 양면성, 그리고 자연과 인공물의 조화가 상하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2013년 상하이 푸동 스타벅스에서 푸시를 보며 또다른 상하이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것이 생각난다. 그곳은 강 라인을 따라 앉을 수 있도록 테라스가 마련된 곳이었다.
푸동에는 동방명주 외에도 상하이의 진보와 현대성을 보여주는 다양한 명소들이 있다. 상하이의 역사와 문화는 물론 트렌드를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고, 아이들과 함께갈 수 있는 상하이 아쿠아리움도 있다. 푸동을 천천히 둘러보며 상하이의 미래가 얼마나 밝고 다채로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화려함에 잠시 지쳤다면 세기공원으로 향할 것을 추천한다. 10년 전에 잠실 호수에 등장해 유명세를 탔던 러버덕이 당시 상하이에서는 세기공원에 나타나기도 했다. 세기공원은 거대한 규모의 녹지가 펼쳐져 있어 상하이 한복판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나무들이 우거진 숲길을 걸으며 도시의 소음을 잠시 잊을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새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평온을 되찾을 수 있었다. 고층 빌딩들 사이에 숨어 있는 이 거대한 녹지 공간은 상하이의 역동적인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상하이는 복잡하고 현대적인 도시이지만, 그 속에서도 자연과 조화된 풍경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역시 대륙의 스케일이라 할만큼 공원 규모도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푸동의 세기공원이나 와이탄의 황푸강변을 걷다 보면, 이 도시가 단순한 발전의 상징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빠르게 발전하는 도시의 숨가쁜 리듬 속에서도 여유와 평화가 공존하는 곳이 바로 상하이이다. 여행자는 그 사이에서 잠시 멈추고, 상하이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상하이는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지는 신비한 도시다. 나는 이 도시에 머무는 내내 그 두 얼굴이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이해하려 노력했고, 결국 그 답은 강 양쪽에서 바라본 상하이 모두가 진정한 상하이라는 단순한 진리였다. 상하이는,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