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를 여행하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경험 중 하나는 바로 카페 투어다. 이 도시에는 중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유명한 커피 체인부터 아기자기한 카페들까지, 다양한 분위기와 개성을 자랑하는 카페들이 즐비하다. 중국, 그중에서도 상하이는 차(茶)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상하이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11년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밀크티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때 나는 상하이에서 처음으로 '쩐주나이차', 즉 펄 밀크티를 접했다. '코코(CoCo)', '해피레몬(快乐柠檬)'과 같은 브랜드가 대중적이었는데 -이후 모두 한국에 들어왔다 철수한 브랜드로 코코는 드물게 찾아볼 수 있다- 달콤하면서도 진한 차 맛이 조화를 이루는 그 음료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센세이션이었다. 당도와 얼음양을 선택하고 펄 대신 알로에, 푸딩 등 토핑을 선택할 수 있었으며, 심지어 블랙티, 자스민티, 얼그레이티 등 밀크티의 베이스가 되는 차에 대한 선택권도 주어졌다. 그 당시로서는 엄청난 시스템이었다.
그 후로부터 이국적인 맛과 새로운 질감, 그리고 그 안에 녹아든 상하이의 독특한 차 문화가 나를 사로잡았다. 친구들과 '1일 1 쩐주나이차'를 외쳤던 충격적인 첫 경험은 여전히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상하이는 밀크티 외에도 다양한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도시다. 거리 곳곳에는 차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음료들이 넘쳐난다. 과일을 활용한 차 음료, 허브를 곁들인 건강 음료까지 선택의 폭은 무궁무진하다. 이번 여행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브랜드들이 있는데 바로 '헤이티(HEYTEA)', '러러차(LELECHA)' '패왕차희 차지(CHAGEE)'다.
헤이티와 러러차는 과일과 차를 활용한 브랜드다. 헤이티는 포도와 복숭아, 멜론 등 가장 제철의 과일을 활용한 스무디를 판매하는데 가장 유명한 메뉴는 포도스무디에 치즈폼이 올라간 음료다. 포도와 치즈 조합이 굉장히 낯설지만, 한입 먹어보면 달콤하고 상큼한 포도와 짭조름한 치즈의 조합에 '천재 아니야?'란 반응이 나오게 된다. 러러차도 차를 활용한 메뉴가 많은데, 개인적으로 느낀 특징은 중국의 차와 과일을 블렌딩한 음료를 탁월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자스민티 + 레몬, 라임' 조합의 음료를 마셨는데 아주 더운 날씨 속 청량한 에너지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다음은 중국 MZ들 사이에서 굉장히 유행한다는 패왕차지다. 외관만 봐도 왜 MZ들이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마치 Dior 포장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유명한 메뉴는 자스민 밀크티다. 아주 진한 자스민티의 향이 일품인 밀크티를 한입 빨대로 쪽 마셔보면 이런 인기는 브랜딩만의 결과라기보다, 역시 맛이 받쳐주기 때문에 성공했구나 깨닫게 된다.
중국인들은 오랜 차 문화를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음료 문화를 확장시키고 있다. 그들은 단순히 차를 마시는 데 그치지 않고, 차를 응용한 새로운 음료들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다양한 형태로 즐긴다. 신천지에서 길을 가다 사람들이 줄을 서는 카페를 발견하고는 한번 들어가서 메뉴를 구경했던 적이 있었다. 사람이 많은데 시간은 없어 줄 서는 것을 포기하고 음료를 만드는 직원을 구경했었는데, 여기는 마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듯 에스프레소 머신(과 똑같이 생겼다)의 포터필터에 찻잎을 넣고 추출하는 방식으로 티를 우려내고 있었다. 이 같은 차 문화의 응용력과 사랑하는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온고지신의 자세로 차를 단순한 음료 이상의 문화로 승화시키는 그들의 태도가 어쩐지 몹시 부러웠다.
커피도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 매너커피(Manner Coffee', 피츠커피(Peet's Coffee)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한국에는 없는 브랜드부터 중국에서 사랑받는 브랜드까지 정말 다양하다. 언젠가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 음료를 찾아 헤매 KFC에 들어갔던 적이 있었다. 커피를 마시려 보니 아메리카노에 오렌지 주스가 들어간 '오렌지 커피'가 있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유행했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 메뉴가 KFC에 있다니 놀랍기도 하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커피를 마신다는 기대감에 바로 주문을 했다. 음료를 잘 섞어 한입 마셔보니 '오!' 하는 탄성과 함께 생각보다 맛있다고 느껴졌다. 꽃과 과일향이 나는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좋은 반응이겠다 싶었다.
이처럼 상하이를 다시 찾을 때마다, 나는 여전히 그곳에서 차와 관련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차는 단순히 마시는 것을 넘어, 이 도시의 일상에 깊이 녹아들어 있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처럼, 상하이 사람들은 가볍게 차를 우려낸 텀블러를 손에 들고 바쁜 일상을 살아간다. 그들에게 차는 그저 일상의 음료가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의 일부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이야기했지만, 상하이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다. 그 속에서 커피와 차, 두 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각양각색의 카페에서는 커피의 향이 가득하고, 또 다른 곳에서는 차 한 잔의 여유가 넘친다. 이 도시는 나에게 매번 새로운 향기와 맛을 선사하며, 그 모든 것이 이곳 상하이의 독특한 매력을 더욱 빛나게 만든다. 그것은 차와 커피, 그리고 이 도시에 깃든 삶의 조화로운 균형이 만들어낸 특별한 매력이다.
패왕차지(CHAGEE) 카페의 모습과 패키지
러러차에서 마신 자스민티, 라임 조합의 음료
스타벅스보다 맛있다는 평인 미국의 피츠 커피, 커피값이 굉장히 비쌌다.
헤이티에서 마신 제철음료 복숭아 자두 스무디(좌)와 포도스무디에 치즈폼을 올린 음료(우).
헤이티와 패왕차지 카페의 모습, 인구가 많고 배달 어플이 발달한 특성상 사람들이 아직 가져가지 않은 음료가 늘 저렇게 쌓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