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중국 남동부에 위치해 바다와 인접해 있는 항구 도시다. 그 지리적 위치 덕분에 역사적으로 교역과 무역의 중심지로 발달해 왔다. 동서양이 만나는 곳으로써 상하이는 다양한 문화를 흡수했고, 이는 곧 음식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1842년 아편전쟁 이후 난징조약을 통해 약 100년간 상하이는 서양 열강의 조차지로서 존재했다. 이런 시절로 인해 상하이는 중국 전통 요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의 음식을 받아들이며 오히려 상하이만의 새로운 문화로 만들어냈다.
상하이의 음식은 각 나라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에그타르트는 사실 포르투갈에서 온 것이다. 이 작은 디저트는 바삭한 페이스트리와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이 조화를 이루며, 서양과 동양이 어떻게 만나 조화를 이루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나에게 누군가가 상하이 여행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을 하나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고민 없이 '릴리안 에그타르트'라고 말할 것이다. 지난 7월 여행하며 하루에 2개씩, 6개 이상의 에그타르트를 먹었다. 워낙 에그타르트를 좋아하다 보니 일본, 홍콩 등 유명한 곳에서 먹어보기도 했는데 릴리안 에그타르트의 맛을 따라오는 곳은 단언컨대 한 군데도 없었다. (포르투갈 본토에서는 아쉽게도 아직 먹지 못했다.) 릴리안 에그타르트는 그 정도로 첫 입의 감동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맛이다.
그다음으로 가장 추천하는 음식을 꼽자면, 상하이의 샤오롱바오다. 얇은 피 속에 뜨거운 육즙이 가득한 이 만두는 입 안 가득 퍼지는 진한 맛으로 많은 이들을 사로잡는다. 2011년 샤오롱바오를 처음 접했을 땐 먹는 방법을 몰라 입안에서 뜨거운 육즙이 터져 입천장이 데거나, 한입 무는 순간 육즙이 여기저기 튀는 해피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샤오롱바오는 원래 장쑤성에서 유래했지만, 상하이에서 더 많은 사랑을 받고 발전해 왔으며, 오늘날 상하이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육즙을 작은 만두 안에 가둔 샤오롱바오에는 상하이 사람들이 오랜 세월 지켜온 정성과 기술이 녹아있다. 게, 새우, 버섯 등 다양한 재료를 넣은 샤오롱바오를 만날 수 있지만 가장 추천하는 것은 돼지고기만 심플하게 들어있는 오리지널 버전이다. 샤오롱바오 하나를 수저에 올리고, 피를 아주 조금 찢은 후 흘러내린 육수를 조심스럽게 후루룩 마신 후, 생강채를 올려 육즙이 빠진 남은 만두를 한입에 먹어보자. 샤오롱바오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만두를 좋아한다면 훈툰(馄饨) 역시 좋은 옵션이다. 훈툰은 베이징이 위치한 북부 지역에서 흔한 음식으로 고기, 새우 등을 넣어 손으로 막 쥔 모양의 만두가 들어간 슴슴한 육수의 만둣국이라 생각하면 좋다. 특히 훈툰은 아침 식사로 많이 즐겨 먹는데, 그것을 맛보는 순간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솟아오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여름에 여행 갔을 때 묵었던 상하이 그랜드센트럴에서는 조식 메뉴로 바로 만든 훈툰을 먹을 수 있다. 4박 하는 동안 매일 먹을 정도로 슴슴한 육수 맛이 참 매력 있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파는 빠오즈(包子) 만두도 꼭 즐겨보시길 바란다. 추천하는 것은 신선한 고기가 든 기본 빠오즈다. 안에 든 달달한 소와 두꺼운 피의 조화가 아주 좋다. 상하이 전통음식이라 할 수 있는 셩찌엔(生煎) 만두도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다. 튀긴 만두인데, 샤오롱바오와 같이 육즙이 만두 안에 가득한 것이 특징이다. 자칭 만친자로서(만두에 미친 사람) 상하이에 간다면 어딜 가든 만두는 꼭 시키는 편이다. 만두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만두 천국이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중국이다.
유명한 맛집도 좋지만, 작은 규모의 현지인 식당을 가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관광지를 아주 조금만 벗어나도 골목마다 크지 않은 규모의 현지 식당을 발견할 수 있다. 가게 테이블에서 모르는 사람끼리 합석을 한다면 그 동네에서 유명한, 꽤 괜찮은 현지 식당일 확률이 높다. 푸근한 인상의 현지인과 눈을 찡긋 맞추며 합석을 했다면 옆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도 한번 관찰해 보자. 나 같은 경우는 상하이 인턴시절 현지인 식당을 즐겨 찾았는데, 샤오롱바오나 훈툰을 기본적으로 시키고, 동북음식을 좋아하다 보니 토마토계란볶음밥(西红柿炒鸡蛋饭), 어향가지덮밥(鱼香茄子饭)과 같은 것을 곁들여먹었다. 동북음식은 웬만하면 한국인 입맛에 맞는다는것을 저 때 깨달았다.
상하이는 단순히 중국 관광지로서의 음식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홍콩식 레스토랑, 서양식 스테이크, 그리고 이탈리아 파스타까지 모든 요리를 가장 트렌디하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신천지나 와이탄같이 조계지 지역에서는 가격대가 높지만 분위기가 상당히 좋은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다. 여행을 간다면 하루 정도는 분위기 좋은 바나 식당에서 기분을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하이의 음식은 마치 이 도시와 같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동서양이 만나며 조화를 이루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곳의 미식 여행은 그저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이 도시가 걸어온 길을 맛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