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Days Of Summer In Canada_7

7장. 백내장

by 김지유

7장. 백내장


“딸~잘 지내?”

"엄마! 그럼~ 나 잘 지내~~ 걱정하지 마."

하지만 화면 너머로 보이는 엄마의 눈빛에서, 내가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들켜버리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고, 안약을 넣을수록 눈앞은 점점 더 뿌예졌다.

‘이상하네… 왜 안 낫지? 왜 점점 시야가 흐릿하고, 빛이 번지고 잘 안 보이지?’


그 약을 계속 넣으면 넣을수록, 내 눈 상태는 점점 안 좋아져 갔다.

10일 후 예약이 있어서 의사를 다시 만났지만, 밴쿠버 제너럴 병원의 의사는 나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맨 처음 의사를 만날 때부터 혹시 내가 놓치는 부분이 있을까 봐 모든 대화를 녹음해 두었지만, 집에 와서 아무리 들어봐도 뭐가 잘못된 건지 이해되지 않았다. 도대체 내 눈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세 번째로 이사한 집의 룸메이트 언니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혹시 내 눈에 도움 될 만한 안약을 가지고 있는 게 있는지 물어보려고 시작된 대화였다.


"언니 혹시 안약 가지고 있는 거 있으세요?"

"안약? 왜요?"

"아니 제가 눈에 염증이 생겼는데....."로 시작된 대화


"아니 지유씨 이걸 왜 지금말해요! 가만있어봐, 지금 남자친구한테 전화해봐야겠다"


언니는 무척이나 놀라면서 언니의 남자친구가 현직 안과 의사라고 했다. 언니는 남자친구에게 바로 전화를 했고 그리고 그 감사한 남자친구분은 바로 우리 집으로 달려와 내 눈을 보더니, 토요일인 그다음 날 바로 워크인 예약을 잡아줬다.


‘이건 하나님이 날 살려주신 거다.’


***


그렇게 나는 기적적으로 제대로 된 안과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룸메이트 언니 남자친구가 안과 전문의였다니….

병원비도 저렴하게 해 주신 덕분에 1000불을 내고도 못 받은 검사를 400불을 내고 다 받을 수 있었다.


진단은 잘못된 약 처방으로 인한 ‘백내장’이었다.


멍청한 의사가 내 체구에 맞는 약을 처방해야 했는데, 백인 성인 남성 눈알 크기 에나 필요한 고 용량의 약을 내게 처방한 것이다.


어젯밤에 우리 집으로 와줬던 룸메이트 언니의 남자친구는 자신의 병원에서 멋진 의사 가운을 입고 다정하게 말해주었다.


"백내장 뭔지 알아요? 집에 가서 찾아봐요. 초기 치료도 너무 늦었고, 지금 넣는 약이 너무 고 용량이라서 백내장이 온 경우라, 지금 넣는 이 안약은 중단하고, 지켜봅시다."


내 생명의 은인 같은 의사 선생님은

"괜찮아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괜찮아질 수도 ….'


잘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한동안 고생했지만 백내장이 오면 어떻게 세상이 보인다는 걸 알게 됐고, 내 시야처럼 답답한 시간이 이어졌지만 내 눈은 조금씩 나아졌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모든 걸 다 감당하려고 했던 내가, 이제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도움을 받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룸메이트 언니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예전처럼 웃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 한편이 편안해졌다.

내가 혼자서 겪어야 했던 일들이, 결국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변화는 단지 외부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나의 내면도,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꾸준하게 나 자신에게 가한 지나친 압박을 조금씩 풀어주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내 눈이 회복되는 속도만큼이나, 나도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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