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 Days Of Summer In Canada_3

by 김지유

3장. 시애틀


예민한 성격으로, 기내에서는 절대 못 자는 성격이기에, 비행기 안에서의 나는, 잠 못 드는 밤의 결심과 앞으로의 펼쳐질 캐나다 생활을 생각하며, 와인과 함께 계속 일기를 써내려 갔다. 어쩌면 이 비행기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휴식이었다.


***


잠 한숨 자지 못했지만,

비행기는 마침내 시애틀 공항에 도착했다. 기장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저희 비행기가 예정보다 일찍 도착하여 게이트에 다른 항공편이 도착 중이라 활주로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한국인 속도로 비행기를 조종해 주신 기장님 만세였지만 그래도 비행기 안에서 30분 동안 가만히 대기는 지루했다.

결국 시애틀 공항의 게이트에 도착하고, 나는 환승 절차를 밟기 위해 다시 공항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알 수 없는 줄이 길었다.

마치. 거대한 뱀처럼.


***


키오스크에 여권을 찍는데 공항 직원은 나한테 물었다.


“어디 아파? 왜 너 마스크 썼어? 코로나 걸렸어?”

이런 미개한 미국인들…

“아니, 나 안 아프고 코로나 안 걸리려고 마스크 쓴 거야”라고 했지만 그 당시의 미국은 아픈 사람만 마스크를 쓰는 거라서 나는 코로나 걸린 중국인 취급을 당했다.


인종차별이고 뭐 고 지금 비행기 환승이 급했다.


“나는 미국 입국 아니고 비행기 환승인데 어디로 가야 해요?”라고 물으니 직원이 시크하게 대답했다.


“입국심사 먼저 하면 직원이 안내해 줄 거예요”

“네? 나는 그냥 환승하는 건데요? 왜 입국 심사를 해요…?”


직원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미국 경유하는 승객도 무조건 입국 심사해야 돼요. 짐도 직접 찾으셔야 하고요.”


“…네????” 그 순간, 내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입국 심사? 짐 찾기? 다시 짐 부치기? …


나, 지금 트랜짓 시간 거의 없는데?’


***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도 입국심사 줄은 정말이지 길었다.

나는 환승객인데 왜 입국심사를 해야 하는지, 왜 내가 스스로 짐을 찾아서 다시 부쳐야 하는지, 온갖 의문이 머리를 때렸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줄은 거북이보다 더 느리게 줄어들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린 끝에 간신히 내 차례.


“Why are you here?”

“Transit. I'm going to Vancouver.”

“How long will you stay in Canada?”

“At least 9 months. I have a student visa.”

“…Alright.” 입국 도장 쿵 찍히고, 나는 숨도 안 쉬고 뛰었다.



‘짐! 내 짐부터 찾자! 제발 나와라, 빨리 나와줘…’

한참을 기다려도 캐리어가 안 나왔다.

새카맣게 타 들어가는 마음으로 내 짐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내 짐이 정말 더럽게도 안 나온다.

‘지금 탑승 게이트에 가야 하는데, 탑승동이 멀다 던데…


’ 거의 울 것 같던 그 순간, 내 짐들이 튀어나왔고 나는 바로 카트에 싣고 환승동으로 전력질주로 달렸다.


심장이 쫄깃쫄깃 미칠 것 같았다.

게이트 오픈까지 5분 남았는데 나는 또다시 긴 줄을 서서 출국심사를 해야 했다. 노트북 꺼내고, 옷 벗고, 가방 열고, 신발까지 벗고— 발바닥이 땀으로 다 젖어서 내가 걷는 발자국이 공항 바닥에 생겼다. 식은땀과 오한에 떨며 검색대를 통과했다.


***


탑승구는 당일 결정이었기 때문에, 어제 발급받은 내 티켓에는 게이트 번호가 없었다. 급한 마음으로 지나가는 공항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그 직원도 초짜였는지 내가 탈 비행기의 편명을 잘못 읽고 게이트를 잘못 알려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A 게이트에서 내렸는데, 내 비행기 탑승동은 게이트 B였다.



정신이 없었다. 탑승게이트 오픈 시간은 지난 지 오래고, 모든 승객이 다 탔을 법한 시간이었다. 못 타면 끝이었다. 다시한번 탑승동 열차를 갈아타고, 또 달리고, 또 달렸다. 땀이 범벅되고, 정신은 혼미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서 벌벌 떨리는 팔다리로 게이트에 도착했다.



망했네......


게이트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나이제 어떻게 하지…


***


게이트에 서있는 직원에게 티켓을 내밀었다.

"여기! 여기 맞죠 여기! 밴쿠버! 비행기 출발 안 했으면 저 좀 태워주세요!!"


나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고 애원하듯 말하는 나를 쳐다보는 외국인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 우리도 다 이 비행기 기다리고 있어요. 연착되는 중이니까. 저~ 기 앉아서 다른 승객들과 함께 기다리세요"




'...'


기적처럼 내가 탈 비행기는 연착이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


그제야 목이 마르기 시작했다, 스타벅스가 보이길래 가서 물 한 컵을 부탁했다. 애원하는 동양인 여자에게 선심 쓰듯 준 탭 워터. 나는 생명수를 갈구하는 죽은 생명처럼 물을 단숨에 원 샷 했다.

'벌컥벌컥 꼴깍꼴깍-'

***


후들거리는 다리로 간신히 탑승 구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맨날 다이내믹한 거야…’. 그리고 가족에게 연락했다.



엄마가 걱정하실 까봐 내가 경험한 모든 일들은 일절 아무 말 못 하고 그저 안전하게 잘 미국 공항 도착했다고만 알려드렸다.


***


드디어 밴쿠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밴쿠버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두근거렸다.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스물한 살, 3개월가량 여행하며 지냈던 곳이라 낯설지 않았다. 입국심사도 남들은 여섯 시간이 걸린다 던데, 나는 20분도 안 돼서 끝났다.

콜밴 기사님 과도 잘 연락됐고, 주소 오류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아 무사히 도착했다.


집 앞.

결국에는 계획된 시간대로 오긴 왔다.


'힘들어…’ 문을 열었다.


***


하지만, 집 문을 연 나는 돌 석상처럼 굳었다.


“뭐… 야… 이게…?”


사진으로 본 예쁘고 깨끗한 집은 어디 가고, 눈앞엔 난장판 셰어하우스. 먼지 낀 바닥, 설거지 안 된 싱크대, 누군가 며칠째 버린 듯한 음식물 쓰레기.

‘아니… 이건 좀 심한데…’


더러운걸 떠나서, 내 몸 눕힐 곳이 간절했다.

나는 가방을 끌고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긴장이 풀려서 손끝엔 힘이 빠졌고, 다리는 달달달 떨렸다.


안락하고 깨끗한 한국의 우리 집, 그리고 강아지 름름이가 보고 싶어졌다. 엄마 목소리도, 우리 집 냄새도, 갑자기 다 그리워졌다. 그렇게… 나의 밴쿠버 생활은 시작됐다


***


공항에서의 환장대잔치 덕분에 1박 2일 동안 내 몸무게는 2kg이나 줄어 40kg이 되어 있었고, 2박 3일 동안 머리 두피부터 발가락 뼈마디까지 아플 정도의 큰 몸살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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