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널드의 현지 특별 메뉴

임산부의 단골 가게, 맥도널드

by 마리롱


남편은 일이 많다며 연일 야근을 이어갔다. 나는 멀리 나갈 처지는 아니고 집콕 신세다. 아직 임신 5개월인데 배가 산만큼 불러서 벌써 만삭으로 보인다고 한다. 연고도 없고 티비도 아직 없고, 컴퓨터는 있으나 인터넷도 없는 이 집. 이럴 줄 알았다면 노트북에 영화든 드라마든 잔뜩 저장하고 책이라도 가져올걸 그랬다. 다행인 건 내가 무제한 로밍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시차는 조금 있지만 친구들에게 연락도 하고, 마드리드에 어떤 맛집이 있나 찾아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작은 폰을 붙잡고 긴 시간을 보내는데도 한계가 있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상점은 맥도널드다. 어딜 가도 있는 맥도널드 라 기대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스페인 맥도널드는 조금 달랐다. 아침 메뉴가 스페인스럽다. 토스트 한 빵에 간 토마토와 올리브유를 뿌리고 소금을 살짝 쳐서 먹는 판꼰토마테도 있고 감자를 넣은 계란 오믈렛인 또르띠야데 파타타도 있다. 갓 구운 곡물 빵에 빨간 파프리카와 참치와 마요네즈가 든 샌드위치도 있고! 뭔가 더 건강한 느낌이랄까. 또 감자튀김을 소금 없이 주문할 수도 있고 티를 주문하면 작은 티폿에 뜨거운 물과 잔을 같이 준다.


먼 길은 걸을 수 없어 가까운 이곳을 자주 가다 보니 점원들이 알아봐 주고 반갑게 인사도 해준다. 나는 올라 Hola라고 인사했는데, 여기 사람들은 모두 부에 나스 Buenas라고 한다. 부에노스 디아스 Buenos Dias가 아침 인사니까 줄인 건가? 아파트 경비 아저씨도 똑같이 하던데, 뭔가 모두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는데 나만 안녕이라고 한 느낌이다. 그래서 나도 그 뒤로 인사는 무조건 부에나스라고 하고 있다. 내가 스페인어 잘 모르는 것을 눈치챘는지, 주문 번호를 못 알아들을 것 같이 보였는지 시킨 메뉴를 자리에 가져다주었다. 몸이 무거운 탓인지 괜히 고맙고 마음이 뭉클 해졌다.


스페인 동네 맥도널드에는 자리로 가져다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얼굴을 익혀서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고 자판기로 주문할 때 결제 전에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그 번호대로 가져다준다. 뭔가 레스토랑 같아서 신기했다. 색다른 점은 그뿐이 아니었다. 스페인의 맥도널드에서는 맥주도 판다. 낮에도 밤에도 많이들 마시는 분위기이다. 여긴 먹고 치우는 것이 의무가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트레이를 자리에 그대로 두고 나온다. 나는 한국에서의 습관 그대로 먹은 것을 버리고 정리하고 가는데, 다들 두고 가서 그것도 새로웠다. 그런데 점원은 나의 방식을 좋아해 주는 것 같다.


단조로운 마드리드 일상에 맥도널드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도 없이 하루 종일 TV도 없는 집에 있기란 고욕이니 말이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임산부에게 좋다는 루이보스 티를 시켜도 된다. 점원들과 인사하며 하루에 유일하게 스페인어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나름 외식이라는 호사를 누린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맥도널드에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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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맥도날드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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