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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summer Jan 13. 2022

내 작은 손님을 기다리는 시간

배웅할 그 날을 상상해본다.

이런저런 볼일을 끝내고 드립 커피 한잔 내리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식탁 한편에 앉았다. 서향의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햇살 가득한 오후 2. 빨래봉에 매달려 베란다에서 펄럭이는 딸의 이불을 바라보며 어린이집에  딸을 기다리게 되는  시간. 이제 얼마  있어 나만의 시간도 끝나는구나 싶어 아쉬워지려고 다가 문득 내가 바로 이곳으로 돌아올 사람을 기다리고 반겨줄  있는 '의미 있는 ' 되었다는 사실에 가슴  편이 뭉글해진다. 앞으로 얼마나 나는 기다릴  있고, 딸아이가 나의 품으로 돌아올  있는 나날은 얼마나 될까.




나름 길었다면 길었던 육아휴직이  두어 달을 앞두고 끝이 난다. 아쉬운 마음이 아예 없다면 거짓이겠지만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고 이상하리만치  아이와  아이를 키웠던 과정에 자신감이 쳐 후회도 미련도 없다. 조금은 오만하면서도 위험한 발상일수도 있지만 결코 육아가 체질이라는 말은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소위 말하는 초보자의 행운 같은 것일까, 처음 얻어본 딸아이의 명랑한  눈망울과 사랑으로 넘치는  뺨에  볼을 비빌 때면 어디에 '내놔도' 너는 잘할거라는 확신에 가득 찬다.


정작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던 어미에게 이런 충만한 감정을 선물해준 딸아이는 말 그대로 보배 같은 아이다. 그러나 자식은 나와 다른 인격체이며 내 인생에 찾아온 가장 중요한 손님처럼 대하라고 하였던가. 이 아이는 나의 무엇이 될 수 없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겸손하고 겸허하게. 그녀와는 별개로 나는 나의 삶을, 또 그녀에게는 그녀의 삶의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고.


 피와 살과 눈물로 빚어낸  아이가 언젠가  곁을 떠난다니, 벌써부터 서운한 감정이 들지만 별수 없다. 언젠가 아이는 '자신이 어야 할 ' 개척할 것이고 그날 미련 없이 보내줄  있도록 나는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수밖에.


언젠가 남편이 내게 연애시절 무시무시한 말을 한 적이 있다.

가끔 부리는 히스테리에도 변함없이 대해주던 남편에게 왜 이렇게 잘해주냐는 물음에,


"사랑하니까. 그리고 헤어질 때 후회하기 싫어서."


  뒤통수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나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이 있든 없든 헤어지게 된다면 나를 위해서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라, 고로 지금부터 열심히 사랑하리라 다짐했더란다.




남편의 말처럼, 생판 남이었던 남녀 사이에도 그러한데 부모 자식 간에는 더 정성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내 몸에서 떨어져 나온 이 아이가 내 품에서 건강하고 편안하게 잘 지내다가 삶에 필요한 기술들을 익혔을 즈음, 때가 되면 자신의 자리를 잘 찾아갈 수 있도록. 그리고 나와 함께 했던 기억이 썩 좋아서 언제든지 또 놀러 올 수 있도록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쏟아지는 육아 트렌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조금은   같다. 결국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초대한 가장 중요한  손님이니까. 필요할때 필요한 것만 내어주는 . 함께 있는 동안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결례를 범하지 않는 . 그녀가 보내는 어떤 작은 신호라도 무시하지 않는  취향을 조금 포기하고  자리를 조금 내어줬다고 해서 억울해하지 말고 내게 와준것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키우면 잘 자랄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무엇보다 손님이 가신 후 빈자리가 생겨도 우리의 삶이 변함없이 보람되고 윤택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네가 오로지 좋은 기억을 갖고 홀로 설수 있도록- 함께 하는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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