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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summer Jan 27. 2022

멀티가 안되는 나도 가지가지한다, 일단 하나만 해보면서

엄마로 시작하는 아침과 나로 시작하는 아침은 다르다.

새해가 밝으면서 올해는 뭘 이루겠다! 같은 거창한 신년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니었고, 늘 나만의 '테마'를 갖고 시작하는 편인데 올해의 그것은 '나와 친해지기'였다. 나와 친해지기 위해 세분화 한 과정 중 첫 번째 단계가 나를 먼저 '아는 것'이었고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마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일찍 일어나서, 무작정 써보기로 했다.

왜 일찍 일어나서 쓰려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밤에는 기존에 알던 나와 만난다면 동트기 전 끄적거려본 노트에 쓰여있는 나의 모습은 어딘가 당황스럽지만 새로웠기 때문인 것 같다.



너무 기대치가 높거나 설정한 목표들이 많으면 금방 지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하나만 조진다는 심정으로 최대한 나의 활동을 간소화하기로 했다. 이 간소화 과정은 참으로 중요한데 나같이 멀티가 안 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하는 방법 이기도 하다.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들이 많더라도 간소하게 보이도록 눈속임을 하는 것인데 실제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흔히 목표라는 것이 책도 읽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공부도 하고 싶고 운동도 해야 하는 등 할 일이 산적해 있지만, 이것들을 <1. 매일 아침 운동하기. 2. ㅇㅇ키로 감량 3. 영어책 필사 4. 책 ㅇ권 읽기> 등등의 식으로 카테고리들을 처음부터 쪼개버리면 그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에 금방 지쳐버리기 마련이다.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는 그 하나하나에 분산돼버리고 하루하루 수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집중력을 잃기 쉽기 때문에 길을 잃기가 더 쉽다.


내가 나를 바꾸고자 한다면 오랜 시간 적은 힘을 들이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

무엇하나 버릴  없는 목표들을  커버하려다가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는데  대가를 치러야 하기에 당면한 과제(TO DO)들이 많더라도 처음부터 나는 하나의 테마,  하나의 목표지점을 향해 달리겠다는 일종의 자기 속임을 설정하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다는  몸소 체험하고 있는 중이며  방법은 꽤나 할만하다 자신한다. 자기 기준에서 " 하나만" 절실하고도 거룩한 목적을 만들어 가시화해두면 그것만큼은 체내화 되기 때문에 아무리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라도 짧은 시간   테스크  집중도가 올라가서 자기 만족도가 올라가니 일석이조다. 게다가 나처럼 하나의 테마가 두리뭉실하더라도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결국  하나의 지점을 향한 행동들이 구체화되기 때문에 결국엔 이루어지게 되어있다.


다시 돌아와, 나는 나와 친해지기 위해 먼저 나를 잘 알고 싶다 생각했고 나를 잘 알기 위한 수행목표들을 몇 가지로 쪼개어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미라클 모닝. 아직 몇 주도되지 않았지만 일단 나는 무조건 아침에 남편과 딸보다 일찍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일단이 중요하다, 쉬운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마법의 단어!) 유명 인플루언서들처럼 새벽 4시, 5시와 같은 '꼭두새벽'은 시도는 해봤지만 몸과 마음에 타격이 너무 커서 일단 이번 달은 6시 전에만 일어나자 다짐했다. 매 순간 알람이 울리는 시간에는 힘들지만, 몸에 좋은 거 먹는다 생각하고 힘들면 힘든 데로 무작정 기어나가 일단 의자에만 앉기로 결정하니 전날 밤 몇 시에 자든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솔직히 전날 과음하면 6시를 넘기기도 하지만 일단 무조건 단 몇십 분이라도 남편과 딸보다는 일찍 일어난다!)


겨울이 되면서 딸아이가 7:20 전후로 일어나기 시작했으니, 길면 그때까지 약 90분의 시간이 나에게 주어지는 셈. 먼저 일어난 것만으로도 미라클 모닝을 성공했다고 셀프 만족을 하며, 거기다가 시간이 없으면 이것저것 다 하려고 무리하지 말고 긍정의 확언 쓰기와 모닝 페이지만 꼭꼭 쓰기로 하고 지키니 그 두 가지 활동은 이제 나에게 크게 어렵지 않다. 여유가 있을 땐 거기다가 주로 나를 위해 정성 들여하는 스트레칭, 독서등을 첨가하는데 모닝 페이지를 쓰다 보면 영감이 너무나 많이 떠올라서 사실 그 아이디어들을 생각하다가 내게 주어진 90분이 끝나버리기도 한다. 새벽녘 고요하고도 여유로운 시간에 내 머릿속은 기분 좋게 분주해진다.


많은 아침들 중 어느 한 아침. 눈떠서 책상앞에 앉았을때 있었던 달님이 나를 너무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거 같아 신기한 새벽이었는데 다 끝나고 동트는 시간까지도 달님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효과도 하나 있었는데, 단 10분만 먼저 일찍 일어나도 내가 먼저 일어나 맞이해주니, 늘 자기가 깨워야 하는 엄마가 눈을 뜨고 있다는 생각에 반가운 건지 일어나라고 징징대던 딸 역시 늘 아침에 배시시 웃으며 일어난다. 우리 딸도 일찍 일어나서 엄마 아빠 깨우는 역할을 짊어져야 했으니 인생 2년 차에 고생이 많았을 거다.



남들에겐 별 것 아닐 수 있는 것들- 내 의지로 아침에 조금만 더 일찍 일어나는 것, 머릿속에 있는 것들을 무조건 써내려 가는 것, 평소에 여기저기 아프다 했던 내 몸을 구석구석 친히 찾아가 늘려주는 것. 그리고 딸아이의 아침을 열어줄 아침식사를 가끔은 좀 더 정성스레 준비해보며 엄마로서의 자아와도 마주하는 소중한 90분 남짓한 시간. 가사와 육아로도 충분히 고된 하루를 보내며 하는 것도 없이 바쁘기만 하다고 자책하던 나도, 나름의 방법으로 가지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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