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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mmersea May 06. 2020

질문 있습니까?

침묵 벗어나기.

  "질문 있습니까?"

  (조용)


  질문이라는 것은 늘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설프게 질문을 했다간 비웃음을 당하거나 그것도 모르는 바보로 낙인 될 것 같았다. 혹은 반대로 잘난 척하는 것으로 여겨질까 '침묵이 금이다.'라는 생각으로 질문을 아꼈다. 특별히 질문하는 것에 트라우마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질문을 한다고 나쁘게 생각한 적도 없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연구실에 인턴으로 있었을 때 일이다. 연구실 사람들은 매주 랩 미팅 때 본인의 연구 진행상황을 발표해야 했다. 발표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겨우 '아, 그렇구나. 오, 신기하다.' 정도였다. 평소처럼 발표를 듣던 어느 날, 교수님이 나에게 물으셨다.


  "ㅇㅇ! 질문 없어?"

  "네?? 네..."

  "진짜루?!? 아무거나 물어봐도 되는데? 하나만 물어봐."


  이제 인턴으로 들어온 나에게 질문을 강요(?)하는 교수님이 정말 미웠다. 아무 말 못 하고 가만히 있으니 교수님이 다시 나에게 물으셨다.


  "Gap fraction*이 뭔 줄 알아?"


  몰랐다.


  "모르겠습니다."

  "모르면 그걸 질문해."


  발표를 했던 언니를 바라보며 앵무새 마냥 똑같이 물어봤다. 그 언니는 gap fraction이 무엇인지 친절히 설명해 주었고, 설명이 끝나니 교수님은 또다시 나에게 물으셨다.


  "알겠어?"

  "네..."

  "네가 모르면 그냥 물어보는 거야. 앞으로 랩 미팅할 때마다 질문 한 개씩 물어보도록!"


  힘겨운 랩 미팅이었다. 마지막 말은 농담인 줄 알았는데 교수님은 매 랩 미팅마다 나의 이름을 부르며 "질문 하나!"라고 하셨다. 혹독한 훈련 덕분에 다행히 질문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졌다. 하지만 해외 학회에서 질문으로 인한 특이한 경험을 당했었다.




* 나무 아래에서 위를 올려 봤을 때 하늘이 보이는 구멍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정확한 정의는 아래와 같다:
The gap fraction of a canopy is the fraction of view that is unobstructed by the canopy in any particular direction (Welles and Cohen, 1996).


Welles, J.M. and Cohen, S., 1996. Canopy structure measurement by gap fraction analysis using commercial instrumentation. J Exp Bot, 47(302): 1335-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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