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isummersea May 11. 2020

질문 있습니다!

칭찬은 나를 춤추게 한다.

  질문했을  칭찬을 받아본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하는가? 아마 대부분 어린 시절이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칭찬을 할 줄 몰랐기에 질문을 받으면 나는 빠른 답변을 하기에 바빴다. 대답의 시작은 ', 그거는' 혹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였다. 무난한 답변 아닌가?


  나의 무지를 빨리 일깨워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질문이다. 해외 학회를 처음 갔을 때 교수님은 나에게 외국인 친구를 만들라는 과제를 주셨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했다. 새로운 한국인 친구도 대학교 이후로 사귄 적이 없는데 심지어 외국인 친구라니... 나의 성격상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그래도 노력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포스터 앞에 서 있는 다른 연구자들에게 최대한 말을 많이 걸었었다. 학회장에서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연구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안녕? 너의 포스터를 간단하게 나에게 설명해 줄 수 있겠니?"


질문 하나로 많은 정보를 1 - 2분 안에 들을 수 있는 경험을 할 것이다. 알고 있는 것들을 들으면 반가워서 즐겁고, 모르는 것들을 들으면 무지가 채워져서 즐겁다. 즐거운 와중에 설명을 듣다 보면 궁금증이 생겨 추가 질문을 하게 된다. 그때 돌아오는 답변이 나에게 작은 충격을 주었다.  


  "Good question! (좋은 질문이야!)"

  "Good point! (좋은 의견이야!)"  

  "Thank you for asking! (질문해 줘서 고마워!)"


  딱히 좋은 질문을 하지도 않았고 그들의 연구에 영향을 미칠만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대답을 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의 질문에 칭찬 혹은 고마움을 표현해 주었다. 칭찬을 그리고 감사의 표현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당하는 칭찬에 당황한 나는 "No."라는 이상한 답변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식의 '아니야~'의 느낌을 모르는 그들은 또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싶다.




  한국에서도 발표 후 받는 질문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마지막 표현인 '질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를 노력 중이다. 아직 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에 발표를 하면 나의 연구를 '그들이 받아들인다' 보다 '그들이 평가한다'라는 느낌이 든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평등한 관계보다 윗사람에게 보고하는 느낌이라 '좋은 질문입니다.' 혹은 '좋은 의견입니다.' 같은 표현이 아직 쉽게 안 나온다. 언젠가 이런 표현을 쓰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질문 있습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