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아니

우리의 시간은 빛나고 있어

by 선여름


우연히 다큐 ‘우리의 시간은 빛나고 있어’를 보았다

보자마자 나를 그때로 다시 데려다준,

나의 아이들이 생각날 수밖에 없는 영상이었다

내가 보냈던 시간, 살았던 삶과 너무 비슷해서

공감과 뭉클함과 웃음이 동시에 밀려왔다


종도 할아버지와 8살 ‘우리’는 가장 친한 친구

아랫집 종도 할아버지께서는

매일 육아일기를 적어

아이엄마에게 건넨다고 하셨다

아이들이 하는 보석 같은 말을 잊어버릴까

늘 어딘가에 적어두었다가 그렇게 적는다고 하셨다

꼭 아이들 말을 채집하는 사람인 것 같다며 웃으신다


내가 아이들의 시간을 기록했던 것도

아마 같은 마음,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엄마는 커가는 동안 늘 옆에 계시는 존재이니

언제든 물어볼 수 있지만

나는 언젠가 멀어질, 떠날 사람이기에


혹시 아이들이 커서 돌아봤을 때

나와 보냈던 그 시간들을

빈칸이라고 생각할까 봐

어른이 되었을 때 궁금해할까 봐


또 나중에 누군가 물었을 때

하나도 빠짐없이 얘기해주고 싶어서,

내가 잊고 싶지 않아서

매일 돌아오는 버스 안, 지하철 안에서

까먹을세라

아이들과 보낸 하루를

열심히 기록해두려 했던 것 같다


나만 보고 나만 눈에 담았던 그 예쁜 시간들을

내가 떠나버리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니까

그걸 남겨두는 건

당연한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종도 할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아이들과 있으면 내가 유년을 다시 사는 것 같다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사회적으로는 어린 나이였지만

아이들 속에 있으면 눈에 띄게 굉장한 어른이었다

그러면서도 같이 뛰어놀다 보면 어린이가 되었다


나는 아이들을 책임져야 하는 어른이자

아이들의 친구였다



얘들아,

아가였던 너희에게 나는 어른이었지만

그땐 나도 어렸기 때문에

높은 어른들이 줄 수 있는 지혜나

너희를 대하는 노련함 같은 건 부족했을지 몰라도

우리 같이 온몸으로 뛰어놀고 계절을 느끼고

너희가 자라고,

그러면서 나도 너희와 같이 자랐다고 생각해

너희의 가장 예뻤던 시절을 기억해

그 시간은 내 마음속에 모두 남아있단다


‘네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너는 알까‘


어느 날 문득

그 시절의 네가 궁금하거나

그때 우리가 어떤 날들을 함께했는지,

네가 얼마나 예뻤는지,

알고 싶어지면 언제든지

정말 언제든지 나를 찾아줄래

그럼 나만 아는 이야기들을 들려줄게


소중했던 그 순간들을 품 속에 꼭 간직한 채로

나도 내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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