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사랑해

by 선여름

어느 가을밤, 아이와 밤 산책을 하다가 심심해진 우리는 얼렁뚱땅 퀴즈쇼를 시작했습니다.

-신호등이 초록불일 때 건너야 될까요? 빨간불일 때 건너야 될까요? 와 같은 시시하고 웃음 나는 질문들을 던지다가

적당히 시원한 가을밤 공기와, 평화롭고 귀여운 대화에 마음이 몽글몽글해진 저는 아이에게

-너는 나를 사랑할까, 사랑하지 않을까?라는 장난스러운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질문을 받고 한참을 고민하던 아이는 ‘사랑해요‘라는 말 대신 “좋아해”라고 답했습니다.

당연히 사랑한다고 해주겠지~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고,

요 장난꾸러기가 안사랑한다고 장난을 쳐도 귀여워할 준비를 마친 저는 예상외의 답변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건 정확히 저를 간파한 답변 같았으니까요.

정말로 저는 ‘사랑해’라는 말보다 ‘좋아해’라는 말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저는 좋아한다는 말에 마음이 더 일렁입니다.

그런 저에게 ‘좋아해’와 ’ 사랑해 ‘라는 말의 뉘앙스차이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듯이

한참 생각을 하다 음.. 좋아해! 하던 아이.


그래 어쩌면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사랑했다기보다는 좋아한 걸 지도 모른다.

많이 많이 좋아했어 아가



[theme song] 좋아해, 사랑해-박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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