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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햇살 Jun 15. 2024

남편과 둘이서 홍콩 패키지여행

부부 여행 시작

남편과 둘이 홍콩 패키지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너무 하고 싶어서 가장 빠른 패키지를 골랐다. 작년에 둘째가 고3이라 아무래도 여행은 부담스러웠다. 공부는 뒤로하더라도 혹시나 다니다 아플까 봐 조심스러웠다. 수능 끝나기만 기다렸는데, 또 큰아이랑 일정 맞추기가 어려웠다. 학교 다닐 때는 다닐 때 대로 크면 큰 대로 함께 하기가 힘들다. 조금 기다렸다 둘째까지 보내놓고 둘이 가기로 했었다.


제주 직항이 없어서 인천공항으로 갔다.  8시 10분 출발인데 5시 반에 도착, 혹시나 싶어 여유롭게 가서 커피도 한잔했다. 북적북적한 인천공항은 제주공항과는 느낌이 다르다. 그 새벽 시간에 여행을 떠나는 모두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그 시간에 출근하라면 욕 나오지 않을까? 네시 반에 일어나 챙기는데 하나도 안 힘들었다. 모든 여행은 늘 설렌다.


여행지에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재미없고 한심한 곳을 가도 나중에 다 추억이 된다. 둘만 가는 해외 여행은 신혼여행 이후로 처음이다. 처음엔 신경 쓸 일이 적어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이들 생각이 났다. 까다로운 아이들이라 눈치 보기 바쁘지만 다녀오면 다 추억이 되어 있다. 함께 한 사람이 많으면 추억도 더 많아진다. 다 큰 아이들은 두고 편하게 둘만 다니려 했는데, 아직 엄마 아빠랑 놀아 줄때 시간 맞으면 맞춰서 같이 다녀야겠다.


이번 여행 패키지에 심천관광이 포함되어 있었다. 여행을 너무 가고 싶었고, 호텔만 신경 썼지, 일정을 자세히 살피지 않았다. 홍콩에서 심천까지 기차 타고 간다. 복잡하게 느껴지는 입국수속을 하며 우리가 그냥 옆 동네에 가는 게 아니구나 생각했다. 손가락 지문 열 개 다 등록해야 하고 기계는 인식도 잘 못했다. 겨우 등록했는데 직원들은 까다로웠고 불친절했다. 입국심사만 한 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은데 가이드 말로는 이날 사람이 많지 않아 빨리 끝난 거라 한다.


'그나저나 심천, 그렇게 힘들게 와서 여기서 뭘 하는 거지?' 그제서야 일정표를 확인했다. '금수 중화 민속촌'이라고 소수민족 마을로 꾸민 곳과 중국 유명 관광지를 미니어처로 축소해 놓은 '소인국테마파크' 관광이다. 선택사항으로 마사지가 있다. 남편도 나도 여행 중 마사지 받는 걸 좋아한다. 아무리 그래도 민속촌 하나 보고 마사지 받으려고 그 고생을 하고 굳이 중국에 왔다는 게 허무했다.


심천여행에서 내 또래 정도의 여성 6, 나이 좀 있는 언니들 6, 그리고 우리 부부 2명이 함께했다. 우리 부두 둘 다 그리 사교적이지 않고 먼저 말도 잘 걸지 않는다. 첨엔 남편 혼자 남자라 걱정됐는데, 의외로 싹싹했다. 이동할 때는 캐리어도 척척 옮겨주고 대화도 잘 나눴다. 나는 눈치도 없고 뭘 잘 챙기지도 못하는데, 남편이라도 나서 주니 마음이 좀 편했다. 덕분에 낯선 이들과 좀 더 쉽게 가까워졌다. 의외의 모습을 보았다.



 밥 먹을 때도 아이들 생각이 났다. 패키지여행은 보통 한 테이블에 여럿이 같이 앉아 먹는다.  다른 일행이랑 같이 먹어야 해서 살짝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랑 갔을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다 큰 아이들이라도 잘 먹는지 살피고 챙기다 보면 다른 이들에게 잘 신경 쓰지 않게 된다. 둘만 있으니 아무래도 우리가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 6명 언니들과 같이 밥 먹을 때는 신혼여행이냐고 물었다. 요즘은 늦게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그런 줄 알았단다. 당황스러웠지만  나쁘진 않았다. 내 또래 여성들과 먹을 때는 "부부 맞죠?"라고 물어서 한 바탕 웃었다. 중년 부부의 여행이 그렇게 이상해 보이는 줄 몰랐다.


심천은 중국 광둥성에 있는 신흥 산업도시이다. 물가가 싸서 홍콩에서 기차 타고 넘어와서 생필품을 많이 사 간다고 했다. 신도시라 깨끗했다. 들어갈 때 마음은 불편한 마음이었지만 새로운 곳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일행들도 다 비슷한 생각인 듯했다. 하룻밤 자고 뒷날 배를 타고 마카오로 이동한다. 배 타고 가는 재미도 있었다.



홍콩의 잡화점에서 선물 살 때도 아이들 생각이 났다. 아이들이 있으면 여기서는 뭘 사야 하고 뭐가 유명하고 하면서 바구니를 채워서 도끼눈으로 감시해야 한다. 이번엔 둘이 얼쩡거리며 구경만 하다가 쿠키 몇 개만 샀다. 물욕이 많은 둘째가 생각났다. 애들이 좋아할 것 같은 과자가 눈에 들어왔다. 몇 개쯤 샀을 텐데, 집에 돌아가도 아이들이 없으니 안 사게 되어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돌아와서 친정 식구들에게 과자를 나눠 주는데, 우리 아이들 몫이 없으니 또 이상했다. '남겨둬야 하나? 나중에 내려올 때 줘야 하나?'


아이들 없이 둘만 한 여행은 일단 편했다. 아이들 눈치 안 봐도 되고, 남편과 내 의견만 맞추면 된다. 한결 여유로웠다. 우리는 별로 자기 의견을 고집하지 않는 편이다. 아이들이랑 갈 때는 밥 먹을 때, 이동할 때, 일일이 확인하고 기분도 살핀다. 남편과 둘만 있으니 나만 잘하면 되니 좋았다. 아직 혼자 사는 데 익숙하지 않은 둘째가 물어볼 거 있다고 전화 올 때까지는. 말 안 하고 왔는데.... 아빠랑 둘만 어디 갔냐고 물어보는데 슬쩍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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