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 나란히 걷는 부부들, 미래의 우리 모습일까?
이번 샤먼패키지여행은 커플이 많았다.
우리 부부, 우리랑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부부,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딸과 엄마, 70대로 보이는 부부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들, 60 전후로 보이는 자매, 60대 중반 이후로 보이는 부부가 세 커플이었다.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 부부는 말이 없고 소심한 편인데 모두 비슷해 보였다. 마치 우리를 복제해 놓은 듯한 모습이어서 '우리가 나이 들면 저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기했다. 패키지여행에는 말이 많은 사람도 있고 목소리가 큰사람도 있는데 모두 조용했고 나서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샤먼은 바닷가 마을로 계획된 관광도시라 깨끗하고 치안이 좋다고 한다. 아편전쟁 이후 영국의 조계지로 지정되면서 유럽풍 근현대 건축이 남아 있고, 중국 남부에 위치해 겨울에도 온화해 여행하기 좋다.
아직은 어색한 일행들과 처음 방문한 곳은 증조안거리였다.
공항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기내에서 주전부리로 요기했는데도 벌써 출출했다. 증조안 거리는 샤먼의 미식거리로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파란 스머프처럼 생긴 마스코트로 보이는 조형물이 눈에 띄었는데 바닷가 마을답게 어부를 형상화한 것 같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어느 과일가게에서 가이드는 망고컵을 하나씩 건넸다. 샤먼의 망고는 아기 머리만큼 컸다. 망고컵을 하나씩 들고 작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여기서는 샤치면(비엔로우탕)을 맛보았다. 우리식의 수제비를 얇게 늘여 넓적하게 만든 면처럼 보였고, 부드러우면서 흐느적거리는 식감이었다. 계란을 풀어놓은 국물은 맑고 향이 강했다. 간장과 매운 소스를 넣어 먹었는데 향이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고 맛은 그저 맹맹한 게 먹을 만했다. 간단히 요기하기 좋은 양이었다.
가이드는 30분의 여유시간을 주었다. 골목길 양옆으로 맛있어 보이는 길거리 음식들이 현란한 모습으로 유혹했다. 보통은 탈 날 수 있으니 길에서 파는 해물을 먹지 말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해물을 사 먹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문어를 통째로 꿰어 놓은 먹음직스러운 꼬치, 대만에서 맛있게 먹었던 닭날개 밥. 전을 좋아하는 나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기름냄새 폴폴 풍기는 해물전처럼 생긴 음식에 끌렸지만 샤치면을 방금 먹은 터라 구경만 했다. 게다가 남편은 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통오징어꼬치도 신선해 보이고 먹음직스러웠지만 선뜻 손이 가지는 않았다. 이런 먹거리가 늘어선 거리를 걸을 때 패키지여행은 정말 아쉽다. 때 되면 꼬박꼬박 나오는 식사 때문에 간식 사 먹을 배가 남지 않아 재미가 줄어든다. 가이드는 왜 우리에게 샤치면을 미리 먹였을까? 자유여행에선 길거리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막상 끼니때가 되면 출출해져서 컵라면을 찾게 되긴 하지만. 단점 없는 장점은 없는 듯하다.
샤먼의 날씨는 따뜻하지만 6시면 어두워진다. 이제 막 시작된 여행만큼이나 함께 하는 이들도 궁금해졌다. 이번 여행을 앞두고도 부부끼리 무슨 재미로 여행 가냐는 말을 들었다. 여기 이렇게 부부여행자가 많은데 말이다. 부부가 손잡고 다닌다면 놀라거나 "그거 불륜이야, 부부는 손 안 잡아" 하는데 이들은 종종 손을 잡고 걸었다. 어느 순간도 불륜처럼 보이지 않았다. 낯선 도시에서 나란히 걷는 부부들, 이 여행이 더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