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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름 Mar 15. 2024

[혼자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삶] ep3. 여행

혼자 하는 여행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특히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함께 하는 여행도 좋지만 일정을 맞추고 서로 양보하는 상황이 온전하게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없는 느낌이다. 때론 갑자기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들곤 해 혼자 배낭을 메고 훌쩍 떠난 적이 많다.


 함께 하는 여행도 세어보면 꽤 되는 것 같지만, 방문했던 수많은 국가와 여행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다. 때론 혼자서는 갈 수 없는 레스토랑을 가고 싶거나, 혼자 가기엔 부담되지만 셰어 하면 적은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을 가고 싶을 때는 동행인을 구했다. 나는 선택적 살가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처음 본 사람과도 꽤 잘 어울리는 편인지라 동행인을 구하기 어렵지 않았다.


 나의 여행은 규칙이 없다. 유명한 여행지를 둘러보는 것도, 숙소에 눌러앉아 주인과 티타임을 나누는 것도 좋아한다. 그저 일터를 떠난다는 해방감이 좋았기 때문 아닐까? 그래서인지 나는 비행기 타기 전, 여행 가기 직전이 가장 설렌다.



이직을 준비하던 어느 날, 제주도행 편도 티켓을 끊고 도착해 목적지도 없이 그냥 차를 몰았다.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차를 세우고 한참을 구경하다 차에서 잠들기도, 주변에 숙소를 얻어 쉬기도 했다. 그러다 발걸음이 닿은 함덕해수욕장이 너무 좋아 그대로 며칠을 눌러앉아 버렸다. 특별한 건 없었다. 숙소에서 쉬다가 드라이브 혹은 산책을 다녀오는 길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게 전부였다. 기껏 간 제주도에서 그게 뭐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날들의 나는 꽤나 위안과 안정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무언갈 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압박감이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런 나의 별거 안 하는 여행들은 계속 이어졌다. 경기도에서 강원도를 하루 만에 왕복하는 기행을 벌이기도 하면서 말이다. 그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상황이 허락하는 것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나도 직장인이니까. 일탈에도 돈은 필요하니까.



 혼자 하는 여행은 이상해도 괜찮다. 일탈의 시간들을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할 수 있으니까. 그게 오늘도 버티는 삶을 사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이자 도피처이다. 이렇게 나는 하루 더 버틸 수 있는 힘을 충전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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