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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름 Mar 08. 2024

[혼자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삶] ep2. 혼밥


 나는 어려서부터 자주 체했다.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놀라기도 잘 놀라고, 작은 바스락 소리에도 소스라치는 초예민의 극치랄까. 시간이 지난 지금, 그게 나만의 보호본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예민한 성격을 가진 만큼 음식을 먹고 잘 체한다. 그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편하지 않은 사람과 먹고 난 뒤 소화불량을 자주 앓는 듯하다. 하긴, 라면을 한 봉지를 족히 30분은 먹는 나인데, 상대방의 속도에 맞춰 식사를 한다는 것은 탈이 나기 마련이다. 나는 소식좌는 절대 아니지만 나만의 템포에 맞춰 먹는 것이 좋다. 어찌 보면 산만하게 식사하는 쪽에 더 가꺙운거 같기도 하다. 어쨌든 먹다 쉬다를 반복하는 나에겐 상대에 속도에 맞춰 꾸준히 먹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되었다.




 이런 나의 모습을 처음 마주하게 된 건 첫 직장에서다. 선배가 "나는 식사를 빨리 하는 편인데, 너는 빨리 먹어서 기다리지 않아서 좋아."라고 말하였다. 이후 집을 돌아와서도 계속 이 문장이 의아해 계속 생각을 했었다.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상대의 식사속도를 맞추고 있던 것이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혼밥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밥상머리에서 집중해서 밥 안 먹고 뭐 하냐는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는 듯 하지만, 밥을 먹다 공상에 빠졌다 먹기를 반복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라면을 30분 넘게 두면 면이 붇지 않냐는 질문에 그래서 꼬들하게 익혀 먹으면 다 익은 면까지 즐길 수 있다고 답하곤 한다. 나에겐 코스요리 못지않은 시간인 거다.


 혼밥은 집 안에서만 행하지 않는다. 고깃집 가서도 혼자 먹는 나는 혼밥의 최고 등급일까? 물론 뷔페도 괜찮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사시간도 좋지만, 나는 가고 싶은 데가 많은데! 어찌 다 약속을 잡아서 갈까 싶어 주로  혼자가 길 반복한다. 그러다 발견한 나의 페이보릿 맛집을 지인들에게 소개하는 취미가 있다. 맛있는 걸 먹으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나는 오늘도 나의 속도를 찾아, 부지런히 먹으러 다니는 돼지런한 삶에 애착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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