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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름 Mar 22. 2024

[혼자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삶] ep4. 커피

혼자 마시는 커피




 귀찮음을 뒤로하고 내가 하는 행동 중 하나는 ‘혼커’다. 나는 요일과 시간 상관없이 습관처럼 다이어리와 태블릿을 챙겨 카페로 향한다. 커피는 아메리카노. 주는 대로 다 잘 마시지만 산미가 있는 에티오피아 계열을 특히 좋아한다. 스타벅스는 항상 자리가 만석이고 시끌시끌한 관계로 잘 가지 않는다. 동네 한 켠의 조용한 카페를 즐겨 가는 편이다. 물론 해외를 포함한 낯선 곳으로 가면 생각하는 만큼의 퀄리티를 보장해주는 스타벅스를 먼저 찾아가곤 한다. 어찌 그리 반가운지.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지만, 나는 샌드위치 브랜드인 서브웨이도 해외에서만 사 먹어봤다. 해외만 나가면 왜 이리 익숙한 것들이 더 눈에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사부작사부작, 커피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많은 것들을 한다. 밀렸던 행정업무를 하기도 하고, 일기를 쓰기도 하고, 그냥 커피를 마시며 카페 안의 화이트 노이즈를 BGM 삼아 들으며 햇빛을 만끽한다. 이렇게 자주 카페를 가다 보면 카페 사장님이 먼저 와서 말을 걸어 주시곤 한다. 그러다 보면 커피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자영업의 삶에 대해 듣게 되곤 한다. 나는 그저 사오천 원짜리 커피를 마시는데, 공간과 와이파이를 보장받고 세상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집에서도 커피를 내려 마시기 때문에, 집에서 마시면 되지 않냐고들 하지만 나에게 있어 공간의 역할은 좀 더 선명하기 때문에 다르다. 집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는 곳이라는 나의 패턴을 깨고 싶지 않다. 온전하게 집에서 마시는 커피는 편안함과 거리가 있어선 안된다는 게 나의 신념이다. 그래서 집이 아닌 공간에 나가면 나는 열심히 글을 쓰고, 밀려왔던 작업들을 한다. 누울 수도 없는 밖이기에, 허리를 더욱 꼿꼿이 세우고 작업을 한다. 집에서는 세 시간 해도 안되던 게, 밖을 나오면 한 시간이면 되는 마법을 볼 수 있다. 같은 커피 같아 보여도,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마시는 커피와 밖에서 마시는 커피는 나에게 의미가 다르다.


 사람들에게는 각자 돈이 아깝지 않은 소비품목이 있다고 한다. 나에겐 그중 하나가 커피다. 만족감을 준다면 만원이 넘는 커피도 괜찮다. 매일 꾸준히 사용하는 커피 지출이 오천 원이라 치면, 한 달에 15만원인데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내기에 나는 정말 괜찮다. 물론 그 소비는 다른 방법으로 메우려 할 테지만 말이다.



 회사에 출근 하자마자 마시는 생명수 같은 커피, 집에서 집안일하기 전에 혹은 한 주를 정리하며 마시는 릴렉서블한 커피, 카페에서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 함께 하는 커피. 모두 나에게 다른 커피다. 커피는 아마도 내게 친구, 그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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