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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여름 Apr 12. 2024

[혼자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삶] ep6. 작문

글 쓰는 삶

  나에게 오랜 친구가 있습니다. ‘책’이라는 친구요.


 12살 꼬마였을 때, 나에겐 소망이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책에 파묻혀 조용히 글과 조우하는 것이었죠. 숱하게 교보문고 홈페이지를 들어가 베스트셀러, 신간목록을 들여다보며 언제 다 읽을 수 있을까 하며 설레어하곤 했습니다. 그 맘 때쯤 저는 도서관을 참 많이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만의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감정들을 오래오래 담아두고 싶었습니다. 적어 내려 모인 것이 책이 될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 책을 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마 중학생 때 소설 작문 1등 한 경험이 용기를 불어넣은 듯합니다.


 혼술을 하며 영상을 보기도 하고, 전화를 하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하는 것은 글쓰기입니다. 솔직한 마음을 적어 내릴 수 있거든요. 가끔 혼자 펑펑 울며 글을 적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글은 조금 더 날 것의 느낌이 드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다듬어지 않은 제 글을 많이 좋아합니다.


 오래전부터, 아주 오래전부터 글을 써 내렸습니다. 나의 것들을 적어 내렸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된 이후로 한 가지 규칙이 생겼습니다. 나쁜 것들은 최대한 적어 내리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어른답지 못해 내 모습이 부끄러워 이불을 차는 날들이 늘어났고, 후회에 눈물을 훔치는 날들도 좋았던 것들을 적어 내려 오래오래 다시 열어보기로 하였죠.


 나는 언젠가부터 편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차마 말로 전하지 못한 나의 감정을 글로나마 전하고 싶었습니다. 보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편지를 썼습니다. 조금이라도 내 마음을 덜어내기 위해서.


 나는 오래오래 글을 적을 예정입니다. 산책을 하다, 캠핑을 하다, 커피나 술을 마시다 생각나는 것들을 모두 적을 겁니다. 그리고 힘이 들 때마다 초콜릿처럼 하나씩 꺼내 먹을 겁니다. 그 글에는 간절함이 느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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