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을 하는 방법
나는 본디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색이 짙어 호불호는 강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에는 넘치게 사랑을 주는 사람이다. 사랑을 주기 전, 항상 스스로에게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지 말자고 되뇌지만 뻔한 ‘사람이지만’이란 핑계를 대며 서운함을 느끼곤 한다. 전부 다 돌려받을 것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10중 3은 바랐던 모양이다.
‘완연한 사랑은 없다.’고 30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저 내가 주는 사랑을 그대로 다 받아주는 존재는, 몇천 원 안 하는 간식을 들고 있는 나를 보며 신나게 꼬리를 흔들어주는 반려동물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혼자 사랑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모든 감정을 상대방과 함께 하기보단 혼자 할 때 완연하다고 믿었다.
사무치게 외로워질 땐, 강한 말들을 되뇌었다.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고, 찬바람 견뎌 봄을 맞이하듯 스스로를 위로하는 감정 또한 나 혼자 하는 것이었다. 이 나이쯤 되면 누가 들어도 감탄사를 내뱉는 성공적인 커리어, 집부터 혼수까지 준비되어 결혼을 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과 내일 꿈꾸는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현실은 불편한 게 많은 사회에 적응한 척하며 살아가고, 집에 와 하루를 되뇌다 찌질한 스스로에게 너무 화가 나 눈물을 쏟아버리는 삶을 살고 있다. 누구에게 내가 꿈꿔온 위치에 나를 놔달라고, 밀려오는 한심한 감정이 익숙해지지 않아 내가 서 있는 곳이 작두 같다고 한탄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아직도 승진을 위해 공부를 하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기 위해 끝없이 증명해내야 한다. 온전히 혼자 버텨내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버티는 삶을 살아내고 있는 내가 혼자 사랑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녹읍 지는 풀잎과 활짝 핀 꽃들을 보며 웃음 짓고, 간식을 챙겨 반려동물과 펫파크에 가서 다른 반려동물들과 신나게 놀고, 주마다 만났던 친한 친구와 힘겹게 약속을 잡아 차 한 잔을 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하다 추억을 꺼내 먹곤 하고, 답답해 미칠 것 같은 날엔 드라이브를 하고, 혼코노를 하며 소리를 질러 본다. 그러다 더운 여름이 되면 물속에 들어가 버린다. 스노쿨링을 가장 좋아하는데, 세상의 소리로부터 차단되어 바닷속을 구경하다 보면 내 삶이 그리 사랑스러울 수 없다. 햇빛이 쨍쨍한 날, 이불빨래를 하고 나면 햇빛을 가득 머금은 이불을 덮고 잘 때 포근함에 휩싸이곤 한다. 그러다 보면 거리에 잎들이 알록달록 물들면 러닝을 한다. 시원해지는 바람을 천천히 느끼다 보면 차오르는 숨을 조금 더 견뎌낼 수 있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맞이하면 늦잠을 자본다. 비교적 해가 늦게 뜬다는 핑계로, 5시 전에 일어나던 기상 시간을 30분, 1시간 늦춰 본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낼 준비를 하다 보면 거리에 트리와 캐롤이 가득해진다. 슈톨렌을 먹으며 기다리는 연말은, 아쉬우면서도 언제 끝날까 싶은 기대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날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남이 날 사랑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봤다. 나는 현재 혼자 사랑하는 법을 익히며, 사랑받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