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모아두다 정리가 되면 풀어두는 편이라, 입을 꾹 닫고 있으니 주변에서 숨 넘아가려 하는 순간들이 있다. 나의 감정은 하루에 수십 번도 더 냉탕과 온탕을 오갔는데,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 어느 날은 출근하다 눈물이 쏟아져서 회사로 전화해 출근을 못하겠다 해버렸다. 감정에 자연재해가 든 느낌이었다. 지진이 났다가, 비바람이 휘몰아치다가... 그러다 다시 글감을 찾았다. 이렇게 바쁜데 또? 나는 또 기어코 바쁜 상태로 돌아간다. 왜 나는 매번 이런 식일까. 스스로를 벼랑 끝까지 몰아내야 직성에 풀리는 걸까? 이건 아마도 습관일 거다. 난 이렇게 살아와서 이렇게 밖에 못 사는 습관 같은 거.
나에겐 몇 가지 습관이 있다. 밥을 먹으면 바로 설거지하는 부지런한 습관. 샤워할 때 트리트먼트를 도포한 후 시간을 기다리며 청소하는 깔끔한 습관. 운전하다 속도를 급감할 때 비상등을 켜주는 습관. 힘든 일이 있으면 다이어리에 곧장 뭐가 힘든지 목록화하는 쓰는 습관. 등 좋은 습관도 있지만 많은 생각과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올 땐 스스로를 더 다그치고 바쁘게 만들어버리는 나쁜 습관도 있다. 그렇게 정신없이 쳇바퀴 같은 삶을 살다 병이 나버린다. 갑자기, 아니 사실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세웠으니 갑자기도 아니지. 어느 날 온몸을 두드려 맞은듯한 고통에 몸살을 호소하며 드러누워 버린다.
20대 때는 하루면 충분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기약 없이 아프곤 한다. 정신 차리면 이삼일이 지나가 버려 있고, 잃어버린 듯한 이삼일의 시간을 메우기 위해 또 미친 듯이 움직인다. 무엇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한참을 고민해 봐도 답을 찾을 수 없다. 답이 없는 질문에 소비하는 시간은 길지 않은 나는 '남에게 해 끼치는 거 아니잖아.'라는 생각으로 다시 이 질문을 덮어둔다. 그러다 다시 몸져누우면 책갈피라도 꽂아놓은 양 이 질문이 떠오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