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붕빵. 이젠 붕어빵이란 세 글자 마저 줄여 말하는 시대가 왔다. 그 발음이 퍽 귀여워 들을 때 마다 웃음이 새어나오곤 한다. 서른 넘은 내 친구들이 붕빵 거릴때면 얼마나 나잇값 못하고 귀여워 보이는지 말이다.
최근 산책코스는 붕빵을 향해 가기 때문에 자주 바뀌곤 한다. 강제로 붕세권에 들기 위해, 가는 길에 붕어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붕어빵 있는 곳이 가는 길이 되어 버렸다. 붕어빵 파는 곳이 있으면 삼삼오오 서서 기다리는 어른들을 보고 있으면, 어쩌면 이 붕어빵은 우릴 아이처럼 만들어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 해본다. 추운 날 기다리게 하는, 설레게 하는, 발음 마저도 귀여운 붕어빵.
어제 나는 동네에서 붕어빵을 판다는 곳을 세 군데나 다녀 왔지만 한 군데는 장사를 접은듯 하였고, 나머지 두 군데는 쉬는날 같았다. 돌아오는 발걸음엔 아쉬움이 뚝뚝 흘러넘쳤다. 과자 붕어빵도, 냉동 붕어빵도 내 마음을 충족시켜 줄 수가 없다. 눈을 감으며 다짐했다. 내일은 기여코 붕어빵을 먹고 마리라고. 그래서 먹었냐고?
못 먹었다. 세상은 냉정하게도 다음달 내게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쁜 날들을 선사했고, 열려 있을거라던 붕어빵 매장은 어두웠다. 그렇게 이틀을 붕어빵 거리길 반복했다.
동네언니가 전화가 왔다. 집으로 오라고. 붕어빵을 사오겠단 소식이었는데, 이렇게 까지? 결국 나의 이틀의 기다림은 이렇게 크게 보상 받아 버렸다. 그래서 뭐가 맛있었냐고?
비밀이다. 슈붕. 팥붕. 초붕. 피붕. 다 비밀이다. 이젠 어른이 되었으니 혼자 다 플렉스 할 수 있다! 나는 성공한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