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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것들이 늘어 나는 삶]ep.13. 애착

by 정여름


나는 애착이 강한 편이다. 단순하게 사랑이라고 하기엔 그것에 감정이 머무르는 시간이 긴 편이다. 또한 애정이라 하기엔 꽤나 얽매어 있다. 어릴 적 어머니는 자주 나에게 ‘끊기없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거기서부터 비롯한 감정이 아니었나 추측하곤 한다.



일단 나는 워커홀릭급으로 일에 대한 애착이 굉장하다. 출근하여 퇴근할 때까지 배터리 잔량이 90% 대에서 줄지 않는 경우가 허다할 정도다. 공격적으로 업무용 컴퓨터와 전화기만 두들기다 퇴근하기 바쁘다. 한 달 야근시간은 30시간 상이 기본이면서도 퇴근 후에도 업무생각을 한다. 일이 좋냐고? 꽤. 싫어하는 일을 하며, 아니 내가 하는 것을 싫어하며 시간을 보내기 싫다는 이상한 나의 철학이다. 연애처럼 원 없이 사랑하고 표현하면 미련이 없을 것처럼, 내가 하고 싶은 만큼 열심히 하면 언제 그만둬도 ‘나 참 열심히 잘했지’라는 생각이 들 거 같아서 말이다.



나는 내 공간에 대한 애착이 크다. 각자 돈을 소비하는데 아깝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나는 침구류 같이 내 몸이 닿는 것들을 살 때 그렇다. 하루 몇 시간을, 나의 휴식을 함께 하는 공간을 대충 채워 넣는다는 게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계절마다 베개커버와 이불커버를 바꿀 때마다 나는 계절감을 또 한 번 느끼곤 한다. 테이블엔 항상 알록달록하게 화병을 채운 티라이트. 그리고 잠 자기 전엔 티라이트 하나 켜고 자기. 나의 주문 같은 것이다. 나의 것들이 주는 안정감을 따라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점 점 혼자 하는 것들이 늘어나며, 나만의 규칙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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