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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것들이 늘어 나는 삶]ep.14. 괴짜

by 정여름

괴짜. 이단아. 특이한 사람. 굳이 힘든 길을 걸어가는 사람. 나는 대개 이런 칭호로 뒤에서 불렸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보란 듯이 NERDY라 대문짝만 하게 적힌 텀블러를 들고 다니곤 했다. 게 중에 눈치 없이 ’널디네요?‘라고 되묻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말이다.


내가 근무하는 이곳에 오고 나서 나는 맨 처음으로 나의 상사에게 들은 말 중 기억나는 한 마디가 ‘화합을 방해하는 자’였다. 그 말은 2024년 한 해 동안 나를 괴롭히곤 했는데, 비로소 오늘에서야 되물어봤다. “내가 그렇게 화합을 방해하는 자였냐고, 나 하나 눈 감으면 되는 거였냐고 “ 말이다. 나의 상관은 계속해서 말을 돌렸다. 하지만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그가 내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주관식을 빙자한 객관식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정말 세상은 나 하나만 눈 감으면 괜찮은 걸까? 내가 잘못된 걸 잘못됐다 하는 근거가 명확한데, 잘못했다 하는 내가 화합을 방해하는 사람이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화합을 위해 얼마큼 눈 감고 양보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정말 이 조직에서 필요한데 아닌가? 혹시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면 정확히 그 조직은 ‘병든 조직’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확실하게 깨달은 한 가지, 조직은 다양하다. 잘못된 것이 있는 만큼,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거다. 고로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하는 거다. 그러지 않아도 이 조직은 잘 흘러 왔다고, 괜찮았다는 사람에게 ”제발 녹음해서 보내주세요 “라고 하면 보내줄 사람이 0에 수렴한다는 것은 연구하지 않아도 당연하다. 그래. 그래서 나쁜 놈들이 잘 사는 이유는 뭐냐고? 나도 모르겠다. 그래서 용감한 놈들이 더 설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혼자 설치는 게,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고, 나비 효과 마냥 작은 설침이 커지길 아주 크게 바라는 중입니다.


이번 겨울은 특히 더 춥다고 하니 많은 생각이 몰려왔다. 이 생각을 모으니 하고 싶은 말은 그리 길지 않았는데, 혼자 생각을 이어오다 보니 비로소 닿은 곳이 있다.


우리 이 겨울을 잘 견뎌내 봅시다. 다 이기진 맙시다. 견디다 보면 뭔 수가 생기겠죠. 그러다 보면 이기기도 하겠죠. 지는 날도 있고, 그냥 흘러 나는 날도 있고요. 이번에도 잘 해내봅시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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