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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하는 것들이 늘어나는 삶 Ep 16. 거품

by 정여름


꽤 많이 부정해 온 감정들이 있다. 행복은 거품 같아서 건드리면 터져버릴까 걱정된다고들 하지만, 나는 밀려오는 파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고작 거품, 버블이란 단어로 메울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어릴 때 놀이동산에 놀러 가면 아이에게 풍선을 쥐어주듯 나의 삶은 잠깐은 멋있어도 이내 바람 빠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풍선보다 놀이동산 마감조 직원에 가까운 삶, 그게 나의 삶이었다. 그들에게 나름 큰 책임감과 노력이 깃들었겠지만 꺼지는 조명들을 보며 안도하면서도 씁쓸한 기분. 나는 그 기분으로 살아왔던 거 같다. 물론 나는 추측일 뿐이지만 말이다.




조금은 이상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4살 때 기억도 나는 나에게 드문드문 기억이 나지 않는 시절이 있다. 이걸 아마도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부정했던 시기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나는 이 시기를 건드리면 터져버리는 비눗방울 같아서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시절이라 정의했다.




이제는 그런 도피수단에 의지할 수 없는 나의 나이 들고 나약한 시절을. 더 강하게 응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본다. 좀 더 힘을 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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