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new year!
어떤 글로 다시 글을 시작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SNS에는 연말연시라고 서로를 축복하며 새로운 다짐이 담겨 있는 글이 가득했다. 날씨와 상반되게 너무나도 다정한 글이었지만, 나는 다짐을 보다 더 조용히 다지고자 했다.
2017년 새해, 경주 무령왕릉 앞에서 나는 너무나도 신기한 모습을 목격했다. 마침 일이 있어 대구에 있던 나에게 선배는 포항에 놀러 오라고 초대를 했다. 그는 약 8년여간 복무했던 부대 인근을 돌며 나에게 소개를 해주었고, '신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그곳으로 안내했다. 전국의 무속인들이 모여 힘찬 새해를 위해 마음을 모으고 있는 그 광경 속으로 말이다. 인류애가 솟아났다. 나라의 기원과, 국민들의 평안함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아직도 10년이 다되어가는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주곤 한다. 모르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전국에서 모이는 곳이 있다고 말이다. 나는 그때 이후로 그런 마음으로 살아야지 하며 살아온 거 같다. 힘들고 쓰릴 때마다 나는 과거의 기억을 꺼내먹으며 버텨왔다. 그날의 기억은 초콜릿 같이 꺼내먹을 수 있는 기억이 되었다.
어느새 나의 식사기도는 항상 "오늘도 아무 일 없게 해 주세요."가 되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오간 날들이라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는, 그저 하루를 버티는 날들이 쌓여 1주, 한 달이 되어가는 날들이 꽤나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꺼내먹을 기억들이 바닥을 보이는 건가 싶어 의심도, 원망도 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음력으로도 완벽하게 2026년이 되어버렸다.
나의 삶을 꼭 '주도하며 살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괜찮지 않으면 괜찮지 않은 대로, 잘 해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잘 해내려고 몸부림치는 내가 안쓰러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고 싶지 않다. 잘 해내지 않아도 되니, 아프지만 말자고. 웃고 싶을 때 웃고, 울고 싶을 때 목놓아 울며 살아가자고 말이다. 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듯, 나도 그렇게 흘러가는 시기인 것이다.
날 더 사랑하고 위해주는 곳에 마음을 더 주기로 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우리 같이 애쓰지 않는 하루를 보내길 바라며 멀리서 정여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