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힘들면 알려줘
약속시간은 오후 3시라고 한다.
인사부 본부장님과 현재 본인 부서 본부장님과 세 명이서 만난다고 한다.
오전 내내 차려준 아침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앉지도 서지도 못하며 온 집안을 걸어다니는 모습이 보는
사람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남편과 잠시 앉아서 그를 괴롭히는 증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주일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고, 식욕도 의욕도 없고, 체중이 5키로 넘게 빠졌어”
“무엇보다 하루에도 불규칙적으로 한번씩 불안하고 가슴이 옥죄이는 강한 느낌이 오면 그대로 무너져.
너무 어지럽고 멍해지고 손에 땀이 나”
“TV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그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어”
“조금만 큰소리를 들으면 깜짝깜짝 놀라”
“굉장히 오랫동안 일하면서 스트레스로 편두통 때문에 많이 힘들 긴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가서 한번씩 바람 쐬고 들어오면 괜찮아져서, 좋아질 줄 알았는 데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증상이 오히려 더 강해져”
이 사람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 동안 난 어떻게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
아님 나 역시 저러다 말겠지 하는 마음이였을까?
힘겹게 집을 나서는 남편에게 얘기 편안히 나누고 오라고 배웅해 주었다.
남편에게 내색을 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남편 상황이 장기 병가를 내기가 애매한 상황인 걸 나도 잘 안다. 다음 달에 새로운 부서로 인사 발령이 난 상태이고, 이미 인수인계가 시작된 상황이라 아무리 병가라지만 장기적인 부재는 희망적으로만 볼수는 없는 걸.
약 3시간 후 남편의 전화가 왔다.
“얘기 잘 마쳤고, 우선 3일정도 쉬고 다시 상황 업데이트 해 보기로 했어. 지금 출발할께”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이들에게도 얘기하였다.
“아빠가 그동안 너무 열심히 일해서 그런지, 마음이 특히 힘들어. 그래서 며칠 쉬기로 했으니, 너희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아. 며칠 쉬면 아빠 괜찮아질꺼야.”
아들들은 그저 아빠를 바라보며,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딸의 한 마디가 정곡을 찔렀다.
“아빠, 왜 이렇게 멍해요, 눈이 다 풀렸어요”
내일 오전에는 정신건강 의학과 진료를 예약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