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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아프다

가장의 무게

by Asset엄마

주말이 지나고 나는 출근을 했다.

집에 있을 남편이 마음에 걸렸지만, 막상 출근하여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걱정은 뒤로 잠시 숨어버렸다.


오후쯤 되었을까,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병원 다녀왔어. 번아웃으로 인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보여진대. 약 처방 받았어."

그리고 잠시 적막이 흐르고, 남편이 다시 이어갔다.

"나 이겨낼 수 있을거 같아. 해볼래. 3일 뒤에 다시 출근해보려고. 이따봐"


왜 이 말이 나한테는 "나 좀 도와줘, 정말 힘들어"로 들렸는지 모르겠다.


난 그 자리에서 일어나 상사에게 양해와 승인을 구했다. 지금 남편이 이런 상황인데, 우선 급하게 내일과 모레 재택근무와 휴가를 써야겠다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상사는 이해한다며 많은 설명을 듣지 않고 흔쾌히 오케이를 해주셨다. 남편에게 내일과 모레 휴가와 재택근무를 할 예정이라 메세지를 보내자, 고맙다는 짧은 답장을 보내주었다.


이겨내겠다는 남편은 모습은 전혀 그럴수 있어보이지 않았다.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던 남편은 새로 받은 약이 잠을 청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고 그의 불안한 감정을 나한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새벽에 모바일로 병원을 예약했다며 또 뒤척였다.


날이 밝자, 남편은 마음을 다스려 보겠다고 산책을 나가보겠다고 하였다. 나는 아이들을 챙겨보내고, 병원에 같이 가겠다고하자 혼자 갈수 있다며 손사레를 쳤다. 예약시간이 다가와 가야하나, 말아야 하는데, 남편에게 메세지가 왔다.

" 10분 뒤 병원로비 도착할 예정"

나는 피식 웃으며, 뭐야... 오라는 거쟎아.


병원에서 만난 남편은 지난 밤보다 더 불안해 보였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남편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새로 받은 약이 전혀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로 시작한 상담은 남편의 증세는 현재 클라이맥스로 빠르게 치닿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하셨다. 이렇게 빨리 진행될 경우 치료 속도가 증상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하셨고, 3일 후 복직은 힘들어보인다고 하셨다.


남편은 의자에 앉지도 못하며, 서서 가슴을 붙잡으며 말했다.

"제가 쌓아온 커리어를 이렇게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또 가장으로서,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게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목요일에 출근해야 할거 같습니다."


숨 쉬기조차 버거워하며 남편이 내뱉은 속내였다.


당연히 병가를 쓰며 자기 자신을 돌볼줄 알았던 남편은, 정말 미련하게도 3일 뒤에 아무렇지 않은 듯 출근을 어떻게 해야하나 가슴이 터질듯 고민했었던 거다.


아픈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결국 한 마디 했다.

"정신 차려, 제발 바보같이 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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