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의 임신중에 겪었던 일이다.
"산모님, 주치의 선생님께서 통화 연결 원하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땐 몰랐다, 주치의 선생님이 통화를 원하는 게 좋은 신호가 아니라는 것을.
"피검사 결과,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이네요. 병원에 오셔서 추가 검사를 하셔야겠어요."
"네?" 이미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외국인 보스에게 다짜고짜 들어가 꺽꺽소리를 내어가며 울면서 집에 좀 가야겠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도 당황스러웠으리라.
남편과 상의를 하고, 병원에 연락해보니 당장 다음 날에도 양수 검사를 해주겠으니 내원하라고 하신다. 그 날밤을 흐느끼며 지새우다 새벽같이 병원에 갔다. 양수검사에 대한 안좋은 글도 임산부 까페에서 많이 읽었으나 나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덜덜덜 떨면서 양수검사를 마쳤다.
양수검사 결과도 익스프레스 서비스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2박 3일정도에 받아볼 수 있었고, 보통은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다. 난 일주일을 기다리기 너무나 힘들거 같아서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하였다.
끝나고 집으로 왔는데, 마치 뱃속의 아이가 엄마, 나는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아요 라고 신호를 보내주는 것 같았다. 갑자기 힘이 나면서 어떤 결과이던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과도 우리는 뱃속의 아이를 어떤 일이 생겨도 지켜내자고 굳게 약속했다. 결과를 2박 3일 후에 들을 수 있었고, 아이는 정상이라고 하였다. 또 한번 나는 휴지 한 상자를 비워낼만큼 울었다.
당신도 힘들게 견뎌낸 시간들이 있었나요? 물리적인 시간의 길이보다는 그 시간이 어떻게 나를 고통스럽게 했는지에 따라 비교적 짧은 시간도 굉장히 길게 느껴질수도 있습니다. 저는 결과를 기다리는 2박3일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일상을 이어가면서도 한번씩 쿵 하고 가라앉는 듯한 마음, 두려움이 엄습해왔습니다.
엄마가 되고 난 후로는 가장 먼저 배웠지만 또 가장 어려운 건 아마도 기다림입니다. 뱃속에 품고 있는 10달도, 성장의 과정마다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그 순간들도 끊임없는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조급해한다고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이제야 깨닫기 시작합니다. 머리로는 깨닫는 지혜가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는 또 시간이 걸리네요. 가슴으로 깨달았을 땐 이미 저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려나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의 명시의 제목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왜 다 지나고 난 뒤에 알까요?
이 글은 미셸 투르니에 에세이, <외면일기>의 일부분을 읽고 영감을 받아 이 세상 엄마들을 생각하며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