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편이 아프다

여행을 떠나다

by Asset엄마

남편의 복직을 한달 앞둔 시점.


우리는 가족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5명의 일정이 제각각이라서 항상 일정 잡기가 어려웠는데, 우선 남편의 컨디션도 많이 회복되었고, 일정도 휴가라 오픈되어 있어서 감행했다. 여행지는 나의 가족 여행 버킷리스트인 오사카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 꼭 함께 오리라 다짐했었던 곳이다.


장남께서는 평상시에는 자발적으로 종종 결석하던 학원도 너무 많이 빠지게 되니 부담스럽다, 국내라면 가볍게 떠날텐데 해외라 부담스럽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함께 가길 주저하길래 과감히 여행 멤버에서 제외했다. 대신 첫째가 학교 수학여행 가는 기간에 우리의 여행 일정도 잡아서, 아이 혼자서 집에 있는 일은 막았고, 함께 하지 않은 첫째도 나머지 네 명도 각자의 여행에서 즐거움을 만끽하기로 했다.


여행을 앞두고 업무가 너무 몰린데다, 여행 전에 첫째와 둘째의 중간고사 기간도 있었고 이래저래 엄마인 나는 평상시 보다 너무너무 바빴다. 분신술이 시급했던 날들이였다. 어쨌든 급하게 비행기 티켓팅만 해두고, 마음에 여유가 있을때마다 숙소와 일정을 정해보려고 노력했다. 기진맥진 퇴근하고 집에가면 남편은 하루에 질문 세 개씩은 하였다.


"비행기는 몇 일 출발 이라고 했지? 그래서 언제 돌아오고?"

"우리 숙박은 어디서 해?"

"오사카는 뭐가 유명해?"


평상시 같았으면 이미 빽! 하고 짜증을 냈었겠지만, 참자, 참자 하면서 참았다. 아픈 사람한테 짜증내지 말자. 그러면서도, 본인은 휴가 중이시고 거의 정상으로 회복하셨는데, 맨날 핸드폰만 붙잡고 계시면서 찾아보면 안되나? 나만 이렇게 헉헉대면서 일하고, 살림하고, 애들 챙기고 여행 계획까지 세워야 하나? 이런 마음이 울컥울컥 들었다.


부글부글한 속을 애써 숨기며, 당신 맛집 찾는거 엄청 잘하쟎아 하면서 구슬렸다. 내일 시간이 나면 좀 알아보시겠다고 한다.


남편은 기특 (?) 하게도 숙소도 알아보고 예약하고, 로밍도 가족 로밍을 신청해서 내 짐을 덜어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가는 해외여행 준비가 이렇게 부담으로 다가올 줄이야. 가보자, 가보자, 떠나면 좋을거야.

주문을 걸어본다.


keyword
이전 12화남편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