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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프다

타인의 시선

by Asset엄마

남편은 복직 일주일 전에 다른 센터로 발령을 받았다. 하던 일은 아니었지만, 남편은 나름대로 새로운 일을 준비하면서 긴장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막상 출근일이 가까워오자, 다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것 같은데 업무에 매진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쉬고 온 본인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을까, 왜 본사에 있다가 센터로 올까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복귀하면 탁월한 실적으로 본인의 능력을 입증해야 할 텐데,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를 머리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정식 첫 출근일에 앞서 인사를 다녀오고는 다들 좋으신 거 같아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일주일을 그렇게 보내고, 주말이 왔다. 산책을 나가자고 하였다. 산책을 하면서 그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더 쉴걸 그랬나 봐, 네 눈치가 보여서 복직했어. 계속 쉴 수만은 없어서"

"텃세가 심한 거 같아"

"자존감이 너무 떨어지는 거 같아, 내가 큰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데 말이지, 내가 할 수 있을까?"


"계속 쉴 건 아녔잖아, 난 당신에게 분명히 얘기했어. 휴가를 연장하고 싶으면 연장하라고"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너무 신경 쓰지 마, 사람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당신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어"

"처음부터 잭팟을 바라지 말고, 작은 것 하나씩 차근차근 시작해. 내가 우리 고등학생에게도 늘 그러잖아, 한꺼번에 등급 올린다는 생각 말고 매일매일 작은 공부 목표 하나씩 이뤄가자고"


남편은 귀 기울여 들으며, 심지어 핸드폰 메모장에도 내가 한 말을 저장했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다음 날 나는 주일학교를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남편에게 인사를 했다.

"다녀올게"


그와 눈을 마주친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눈빛은 갈 곳을 잃은 듯했기 때문이다. 2달 전 한참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 보던 그 눈빛이었다. 주일학교에 있으면서 남편의 눈빛이 떠올라서, 마음이 내내 불안했다. 이 사람이 과연 다시 잘 적응할 수가 있을까, 내가 어떻게 더 다독여줘야 하나, 그의 말대로 내가 그의 등을 떠민 건가. 우리는 다시 산책을 나가서, 이번에는 그냥 무작정 뛰었다. 숨이 턱턱 막힐 때까지 계속 뛰었다.


"여보, ㄱㅆ 마이웨이 몰라?"

"몰라, 그게 뭔데? 남들이 뭐라 한들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라는 말이야.

"다른 사람들의 시선 신경 쓰지 마, 당신의 매일매일에 집중하고, 당신 인생 살아."


이 글은 제가 번아웃으로 쉬어가는 남편과의 일상을 적어 내려 가는 글입니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말>의 "타인의 생각에 휘둘리지 마라"는 부분을 읽고는 지금 나의 상황에 딱 들어맞아서 오늘은 "글쓰기 훈련 중입니다"의 일부로 창작해 보았습니다. 남편 때문에 상담도 받아보고, 번아웃,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질환을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흔한 질병이고, 남녀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찾아온다고 합니다. 가족끼리 서로 다독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게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Put yourself into someone else's shoes"


가장인 남편의 큰 신발에 내 발을 넣어보기도 하고, 남편이 가족을 위해 분주한 아내의 신발에 발을 넣어봤으면 좋겠습니다. 또 부모가 작은 아이의 신발에 발을 넣어보며, 우리 아이도 학교에서 학원에서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나 하고 생각해 봐도 좋겠습니다.


ㄱㅆ마이웨이는 품격 유지를 위해 초성으로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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